이 논문은 후기 하이에크에 대한 ‘해체적 읽기’를 통하여, 하이에크 경제사상의 철학적 기초인 ‘복잡성 패러다임’과 그의 ‘자유로운 시장에 대한 신념’ 사이에 비일치가 존재함을 논증하고 있다. 하이에크에 대한 해체적 읽기라는 시도를 통해 이 논문이 주목하는 것은 그가 대상의 복잡성에 대한 인식이라는 그의 과학적·철학적 성취와 자유주의적 신념을 접합하여 이른바 ‘자생적 질서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하나의 거대이론을 제시하기 위하여 복잡한 대상의 어떤 측면들을 삭제하지 않으면 안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해체적 읽기는 삭제되었으나 여전히 ‘흔적’으로 남아있는 이러한 측면들을 발견하고, 이를 통하여 형이상학적 개념을 전복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해체는 삭제된 흔적들을 복원하는 것을 통하여, 우리를 복잡한 존재에 이르는 험난한 길 위에 다시 서게 한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주장한다. ① 하이에크 경제사상의 이론적 기여는 그가 20세기 후반에 이루어진 철학과 과학이론에서의 새로운 성취라고 할 수 있는 ‘복잡성 패러다임’으로 경제학을 초대한 것이다. ② 하이에크는 이러한 복잡성 패러다임과 그의 ‘자유로운 시장에 대한 신념’을 이론적으로 접합하고자 시도하였다. ③ 그의 시장이론과 화폐이론(경쟁화폐론)은 이러한 불안한 접합의 이론적 효과를 잘 보여 준다. 즉 경제현상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인식과 ‘자유로운 시장’에 대한 신념의 접합은 경쟁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신뢰의 회복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