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갈조식물 미역과 (Alariaceae)와 다시마과 (Laminariaceae)의 핵 rDNA ITS와 엽록체 RuBisCo spacer 부위의 염기서열을 분석하여 미역과와 다시마과의 분자계통학적 유연관계를 조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형태 분류를 재검토하여, 계통적 유연관계가 잘 반영된 새로운 분류체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시도되었다.
재료는 우리나라, 일본의 Shimoda, Awaji 및 Hokkaido, 러시아의 Kamchatka, 캐나다의 Vancouver Islands와 Nova Scotia, 미국의 Alaska, California, Oregon에서 채집한 미역과와 다시마과 6족 14속 33종 45개체군을 대상으로 하였다. 외군으로는 Chorda filum, Desmarestia aculeata, Halosiphon tomentosus를 이용하였다. ITS와 RuBisCo spacer 염기서열은 각각 최대절약분석, 근린결합분석, 최대유사분석을 실시하였고, 두 자료를 서로 유합하여 분석하였다.
미역과와 다시마과 식물의 ITS 부위는 SSU 3'말단 부위 159염기쌍, ITS1 225-314염기쌍, 5.8S 159염기쌍, ITS2 239-347염기쌍 및 LSU 5'말단 부위 22염기쌍이었고, 분석에 이용된 887 site 중 245 site (27.6%)에서 계통학적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RuBisCo spacer 부위는 rbcL 5'말단 부위 243염기쌍과 RuBisCo spacer 218-283염기쌍 및 rbcS 3'말단 107염기쌍이었고, 분석에 이용된 656 site 중 139 site (21.2%)에서 계통학적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ITS와 RuBisCo spacer 자료는 속이나 종간의 계통적 유연관계를 추론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미역과와 다시마과의 분류군들은 ITS와 RuBisCo spacer 및 유합자료 모두에서 하나의 단계통군으로 묶이고, 이는 다시 6개의 group (Egregia, Alaria, Laminaria, Hedophyllum, Ecklonia, Agarum group)으로 세분되었다. Egregia group은 Egregia속으로 이루어지며, 모든 자료에서 계통수의 기부에 위치한다. 염기서열의 분기율이 높아서 다른 분류군과 계통학적으로 쉽게 구분되며, 이는 Egregia의 포자엽이 줄기나 엽체에 형성되는 등 형태적으로 매우 독특하다는 특징과 부합된다. Alaria group은 Alaria, Pterygophora, Undaria를 포함하며, 98%의 bootstrap 값으로 지지되었다. 이들은 형태적으로 부착부, 줄기, 엽체와 외생적으로 형성된 포자엽의 4 부분으로 되어있으며, 엽체에 중륵이나 비후부가 있는 특징 등을 공유한다. 이 group은 4개의 내군 (Alaria 6종, A. fistulosa, Pterygophora, Undaria)으로 구분되며, 다른 group들에 비해 염기서열의 분기율이 높았다. Alaria속은 단계통군이 아니며, A. fistulosa가 Alaria속으로부터 분리되어 새로운 분류학적위치가 설정되어야 함을 보여주었다. Undaira속의 종들은 염기서열의 분기율이 매우 낮아 계통학적으로 근연의 관계에 있었다. U. undarioides는 형태적으로 U. pinnatifida와 U. peterseniana의 중간적 특징을 갖고 있어서, 이 종은 자연교배의 결과로 형성되어 진화되었다고 사료된다. Laminaria group은 Laminaria sindairii, L. longipes, L. setchellii, L. yezoensis를 포함하며, 98%의 bootstrap 값으로 지지되었고, Hedophyllum group과 유연관계가 가까웠다. Laminaria group은 엽체에 요철무늬가 없고 밋밋한 특징을 공유한다. Laminaria속은 단계통을 형성하지 않고 두 무리로 구분되고 있어, 이들은 서로 독립된 진화경로를 가지고 있다고 사료된다. Hedophyllum group은 Hedophyllum, Arthrothamnus, Kjellmaniella, Laminaria japonica, L. bongardiana, L. saccharina, L. dentigera가 포함되며, 100%의 bootstrap값으로 지지되었다. Hedophyllum group은 엽체의 표면에는 요철무늬가 잘 발달되어 있다. Kjellmaniella속은 단계통군을 형성하지 않으며, 형태적 검토와 함께 보다 집약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Ecklonia group은 Ecklonia, Eckloniopsis, Eisenia가 포함되며, 100%의 bootstrap값으로 지지되었다. Ecktonia group은 원통형의 뚜렷한 줄기와 엽체의 양쪽 가장자리에 우상의 측엽 등의 특징을 공유한다. Ecklonia와 EcMoniopsis는 형태적 특징에 근거하여 별개의 속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본 연구 결과 이들은 서로 동일한 속에 포함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Eisenia속은 측계통을 나타내었다. Agarum group은 Agarum, Thalassiophyllum, Costaria가 포함되며, 99%의 bootstrap값으로 지지되었다. Agarum group은 엽체에 중륵이 있고, 구멍이 뚫려 있는 특징을 공유한다. Agarum속과 Thalassiophyllum속은 단계통군을 형성하여, 이들이 동일한 속으로 통합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 미역과와 다시마과는 단계통적 유연관계를 나타내었고, 방사진화 과정을 통해 계통적으로 강하게 지지되는 6개의 group으로 분지되었다고 사료된다. ITS와 RuBisCo spacer 및 유합자료는 미역과와 다시마과를 서로 별개의 과로 분류하는 전통적인 형태분류 체계를 지지하지 않고, 오히려 두 개의 과를 다시마과로 통합하고, 이를 6개의 하위 분류군 (Agarum, Alaria, Ecklonia, Egregia, Hedophyllum, Laminaria group)으로 분류하는 새로운 계통분류 체계가 구축되어야 함을 보여주었다. 이들 6개의 group은 형태분류 체계에서 수용되고 있는 족 (tribe)의 개념과 기본적으로 일치하고 있는 점에서 분류학적 타당성이 지지된다. 또한 Alaria, Eisenia, Laminaria, Kjellmaniella속은 단계통군이 아님이 확인되었고, A. fistulosa, Eckloniopsis, Thalassiophyllum의 계통학적 유연관계는 이들의 분류학적 위치가 새롭게 설정되어야 함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