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구에서 인민반에 주목한 연구는 많지 않은 실정이며, 그나마도 인민반에 대한 단편적인 기술에 그치고 있다. 또한 체제나 구조 또는 법과 제도의 수준에서 접근한 연구들은 많지만 인민반장과 인민반원과 같은 행위자 수준의 연구들은 많지 않다. 인민반의 단편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연구들마저도 인민반의 사회적 기능을 위주로 한 주민 통제와 감시만을 강조하고 있다.
해방 후 인민정권의 수립과 함께 조직된 인민반은 체제의 충실한 시녀로서, 행정당국의 말단초급단위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남김없이 수행하여 왔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고질화된 경제난은 주민들의 인민반 활동의 참여도를 떨어뜨리고 인민반의 기능과 역할을 변화시킨다. 주민들은 북한체제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중시하기보다는 실리를 챙기기에 급급하고 그 어떤 명분보다 손익계산에 더 바쁘다.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른 주민들의 가치의식 변화는 당국의 주민에 대한 동원·통제 기능과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인민반 활동의 행위자인 인민반장과 인민반 주민들이 북한사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진행하는 인민반 활동과정을 보기 위해, 인민위원회의 수립과 함께 조직된 인민반의 형성과 제도화과정, 조직체계와 인민반의 전통적인 기능과 역할을 고찰하고 경제난 이후 약화와 강화를 거듭하고 있는 인민반의 주민에 대한 동원·지원·통제 실태와 변화된 방식을 살펴보았다.
이 같이 북한사회의 전반을 아우르는 인민반을 살펴본 결과 행위자인 인민반장과 인민반원의 수준에서 분석하는 것은 북한사회의 미시공간인 인민반을 이해할 수 있는 근간을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변화하는 북한사회를 진모를 보여줄 수 있다는데 유의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