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의 목적은 존 듀이의 예술론과 탐구론을 이어주는 질적 사유 개념에 기초하여 예술이 갖는 교육적 함의를 밝히려는 것이다. 또한 학제 연구를 통해 인문학으로서의 미학이 사회과학으로서의 교육학 연구와 공유할 수 있는 이론적 접점을 모색하려 한다. 나아가 듀이와 마찬가지로 전체론적 프래그머티즘의 영향 하에 과학과 예술의 이분법을 거부하는 넬슨 굿맨의 이론을 듀이의 질적 사유 개념과 비교하면서 지식교육과 예술교육의 상호 소통가능성을 탐색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질적 사유를 중심으로 한 듀이 철학의 재조명을 통해 미학과 교육학의 두 가지 핵심 주제인 예술론과 탐구론(지식론)의 연속성을 논증함으로써, 최근 포스트모던 인식론이 주목하는 지식의 가변성과 상대성이라는 주제가 미적 이해나 지각적 사유, 나아가 예술언어의 문제와 깊이 연결되어 있으며, 따라서 21세기 우리의 교육은 예술적 사유에서 교훈을 얻는 지식문화에 대한 교육을 지향해야한다는 결론을 도출하려고 한다.
듀이의 철학은 후기 비트겐슈타인의 일상 언어분석으로부터 하이데거나 메를로 퐁티의 현상학에까지 이어지는 대단히 광범위하고 극단적인 방향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 이 연구가 위치하는 듀이 예술론의 계보는 예술과 과학의 이분법을 부정하는 전체론적 프래그머티즘의 영향권에서 분석적 경향으로 이어지는 계보이며, 그 속에서 굿맨과의 연속성이 찾아진다. 사유란 일차적으로 지각을 통해 지식과 행위와 정서가 통합된 것이며 의미란 그 사유의 산물이라는 관념, 예술은 의미를 낳는 경험적 사건이라는 관념, 그리고 지식은 계속적으로 재구성되는 의미이며, 예술은 갱신적 도구성을 지닌다는 관념은 모두 프래그머티즘으로부터 연유한 것이다. 이런 관념들은 전통적으로 취미론, 바움가르텐, 흄과 칸트 이래 미적 이해, 지각적 지식을 화두로 삼아온 인식론적 미학의 경향과 맞닿아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 인간의 문화와 역사 속에서 발현되는 자유로운 인간 행위로서 예술이라는 문화적 관점의 미학적 탐구와도 맥을 함께한다. 이런 프래그마티즘 예술론을 대표하는 사람이 듀이이다. 듀이의 프래그머티즘 예술론은 인식적 관점과 행위적 관점을 통합하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듀이의 예술론은 근대 미학이 형성된 이후부터 지성의 영역과 완전히 분리된 고유한 감성적 직관적 인식의 영역으로서 현실과 세계에 대한 모든 지적 도덕적 관심을 초월한 무관심적 태도의 미적 영역을 지성과 문화의 영역으로 되돌리려는 시도가 된다.
듀이에게 사유 혹은 탐구는 이론과 실천의 이분법을 거부하고 관념의 의미를 행위 결과로서 확인하는 프래그머티즘 방법으로부터 나온, 진리가 아니라 의미를 찾는 인식행위이며, 탐구 절차로서의 지식과정을 의미한다. 즉 사유 혹은 탐구란 인간과 세계가 주어진 상황 속에서 상호작용하면서 의미를 발생시키는 과정으로서의 지식이다. 그리고 예술은 탐구의 연속선상에서 추구되는 탐구의 완성이며 탐구와 분리 불가능한 의미로 충만한 경험적 사건이다. 듀이는 탐구와 탐구의 완성으로서의 예술의 연속성을 끝까지 추구하지는 않았지만, 연속성과 성장의 관점에서의 단계적 분리라는 이론적 전제만 넘어선다면 사실상 탐구와 예술은 분리될 수 없는 연속적 과정이다.
그리고 예술적 구성의 논리로서 가장 명확히 드러나는 질적 사유는 예술과 과학에 공통된 질적 규제의 성격을 보여준다. 이는 듀이가 지속적이며 열정적으로 주장해온 과학과 예술의 동형성에 대한 주장으로부터 나온 결과이다. 이러한 듀이 예술론의 영향은 20세기 후반 명시적으로 탐구와 예술을 등식화하는 예술론인 넬슨 굿맨의『예술의 언어들』로 이어진다. 이렇게 탐구로서의 예술 혹은 질적 사유의 관점에서 바라본 예술 연구는 곧 예술 경험 속에 나타나는 예술적 구성의 논리 혹은 예술적 사유에 주목하는 것이며, 이는 예술 교육이 단지 정서 함양이나 자기-표현의 훈련에 그치지 않고 미래를 향한 인지적 진보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21세기 예술교육과 지식교육 모두의 개혁방향과 맞물린다는 점을 보여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