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최근 민주화의 진전과 경제성장,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여성의 증가, 저출산·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삶의 질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고 문화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국제적으로 각 국가별로 문화를 화두로 하는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개발하고 추진하면서 문화를 통한 자국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정책적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문화로 인하여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문화를 삶의 질과 연관하여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이러한 내용을 담아내려는 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간이 문화로부터 소외되는 사회적 현상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유엔과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온 문화적 권리가 우리나라에서도 점차적으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문화적 권리에 대한 논의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국제사회에 비하여 늦은 감은 있지만,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문화적 권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보호받을 수 있는 이론적이고 실천적인 기초를 다지는 작업은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과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제인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논의되어 온 문화적 권리의 개념을 인권과의 연관성 속에서 정리하면서 이에 대한 논의 관점을 살펴보았다. 문화적 권리에 대한 논의는 크게 세 가지 관점으로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문화적 권리, 문화적 다양성을 위한 환경으로서의 문화적 권리, 문화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토대로서의 문화적 권리로 나누었다. 이들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문화라는 영역이 인권, 사회적 통합, 민주주의 등의 개념과 연계되어 서로 유기적인 관련성을 가지면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문화적 권리에 대한 논의 관점이 국내의 법률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가를 살펴볼 때, 대한민국헌법을 비롯하여 문화 관련 법률에서 문화적 권리에 대한 조항이나 규정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대한민국헌법에서 문화적 권리 개념을 유추할 수 있는 몇몇 조항을 찾아볼 수 있었고, 문화예술 일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문화예술진흥법에서는 기본법으로서 가져야 할 문화정책의 이념과 원칙이 미약하여 문화적 권리 보장을 위한 내용을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헌법에 명시된 자유권·사회권·평등권 등과 같이 문화적 권리 조항을 별도로 명시함으로써 타 법률에서 문화적 권리를 구체적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겠다. 또한, 문화 관련 기존 법률의 개정이나 문화기본법 등의 별도의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기존의 문화 관련 법률이 갖고 있는 문화적 권리 보장에 대한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를 통해서 살펴본 우리 사회에서의 문화적 권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인식은 매우 미흡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문화에 대한 공공정책의 역할이 강조되고 삶의 질과 문화복지가 문화정책에 주요하게 반영되면서 부분적으로 문화적 권리를 정책과 사업에 반영하여 시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는 수준으로 자리 잡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일정 정도 성과를 이루었거나 최근에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노동권, 여성권, 환경권, 참여정치권 등과는 달리 문화적 영역에서의 권리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식과 이해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우리사회에서 문화적 권리의 보장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법률 체계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의 모색과 함께 이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및 구조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