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사회의 다양한 구조적 변화는 인간의 생활과 가치관을 바꾸고 개인과 집단, 사물과 인간에 대한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바꾸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의식뿐만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개혁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으며, 그 개혁은 종교에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교 생활은 우리 삶의 축이자 원동력이 되고 있으며 개인의 신심의 실천에 도움이 되기 위해 상징성을 갖고 있는 성스러운 물건, 즉 성물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본 논문은 그리스도 교회에서 종교용으로 사용되는 ‘십자가의 길’에 관한 칠보 성물 연구이다. 그리스도의 교회에서 ‘십자가의 길(The Way of the Cross)’은 신심 수련 중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바치는 기도로서 초기 교회시대에 예루살렘을 순례하던 순례자들이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가신 길을 실제로 걸으면서 기도했던 것에서 비롯되었다. 예수의 지상생활 마지막 여정인 ‘십자가의 길’을 담은 기도의 내용이 수록된 14개의 장면을 14처라 하며, 이는 예수의 사형선고로부터 무덤에 묻히기까지의 여정을 표현한 것으로서, 예수의 십자가의 길에 동참하는 순례의 의미가 담겨있다.
14처는 성물에 해당되는 것이며, 이는 전례와 신심의 실천에 사용되는 것으로서 종교적 체험으로 이끄는 그 시대의 예술성을 지니면서도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 또는 통시성을 지닌 예술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교회내부에 있는 ‘십자가의 길’의 경우 금속, 암석, 목재, 석고 등의 재료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으며 이들은 재료 특유의 단조롭고 무게감과 건조함이 느껴지는 성질 있기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침울하고 무거운 느낌이 들게 할 수 있다. 십자가의 길이 의미하는 내용 자체만으로도 경건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띄는데 이에 필요 이상의 어두운 분위기를 더한다면 신자들에게 ‘십자가의 길’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이는 신심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예비 신자에게는 거부감마저 들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물론 회화로 세부적인 표현과 다양한 색채를 사용하여 표현한 ‘십자가의 길’도 있지만 이와 같은 경우 관리의 어려움(오염 및 훼손의 우려)이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에 대한 개선을 위해 다양한 성질의 재료를 사용한 ‘십자가의 길’ 연구 및 제작의 필요성을 느낀다.
때문에 금속이나 암석같이 내구성이 좋으면서 회화와 같은 색채를 사용한 ‘십자가의 길’을 제작하여 기존의 문제점들을 보완하고자 하였고, 그 방법을 찾던 중 해결방안으로 칠보기법을 이용하게 되었다. 금속에 칠보의 특징인 다양한 색채의 유약을 사용하여 내구성과 색채의 한계성을 보안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경건하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와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십자가의 길’을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예수의 부활을 추가하여 기존의 고난에서 죽음까지 14장면의 내용을 예수의 고난 - 죽음 - 부활로 확대해 총15장면으로 예수의 마지막 지상 생활의 여정을 새롭게 해석하고자 했다.
본 연구를 통해 기존의 ‘십자가의 길(14처)’에 대한 재료 및 색채 등의 표현적 문제점들을 개선하고자 했으며, 그 결과 금속에 칠보라는 기법을 사용해 차별화된 성물을 제작했다. 이를 시작으로 향후 보다 다양한 재료와 기법들을 접목한 성물들이 제작되기를 바라는 바이며 또한 우리의 정서에 맞는 다양한 성물들이 제작되기를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