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남성 섹슈얼리티의 지역적 게이다움을 중심으로 한국 남성 동성애 영화에 나타난 재현의 윤리학에 대해 고찰한다. 먼저 한국적 게이다움의 좌표설정을 위해 동성애 재현에 있어 그동안 간과되어 왔던 '몸/가시성의 정치학'과 '존재의 윤리학'에 대해 논의된다. 그것은 정체성의 정치학으로부터 벗어나 지배적 이데올로기와의 윤리적 화해를 감행하는 남성 동성애 영화를 지역적 특수성으로 바라보는 근거가 된다. 그 영화들은 젠더/성 정체성에 균열을 일으키며 이성애적 번역 속에서 동성 간의 사랑을 낭만화 시키거나, 커밍아웃의 수사학을 변주시켜 대안적 내러티브와 재현 양식을 생산해내면서 게이 주체들과 지배적 가치의 윤리적 타협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 타협이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유부남 게이 주체들은 또 다른 윤리적 선택을 한다. 그들은 가부장 중심적인 사회 및 그와 결탁한 자본주의, 그리고 이러한 이데올로기를 두둔하는 여성에 의해 억압받는다. 그들은 유부남 게이라는 부조리한 정체성에 정박할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불행에 대한 책임을 이성애/결혼/재생산을 고수하는 여성들에게로 전가시킨다. 그리고 동성애자이기에 앞서 우월적 권력을 지닌 가부장적 남성 주체라는 지위의 유지와 상실 사이에서 분열된 게이들은 남성성을 (재)확인시켜주기 위해 여성들을 이용하고 자신의 몸이 피학적 폭력에 던져진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결국 동성애 억압적인 도시로부터 이탈한 이들이 너덜너덜해진 몸을 겨우 가누며 도달한 게이 유토피아는 아름답지만 여성 배제적인 남성 나르시시즘의 환영 위에 세워져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그리하여 본고는 퀴어 인식론과 퀴어한 살들의 태동으로서 남성 동성애 영화들을 재고하면서 진정한 퀴어 유토피아를 찾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