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는 오랜 飮茶의 역사와 함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 왔다. 그것은 음료이면서도 茶詩·茶禪·茶事·茶會·茶席 혹은 茶酒·茶食·茶菓 등이 의미하는 것처럼 문화적 정신적 가치를 지니며, 製茶法, 飮茶法, 茶式 등의 독특한 법식을 발전시켜 왔다. 특히 중국을 기원으로 하는 차는 다양한 제다법에 의해 세계인의 기호품이 되어 왔는데, 같은 漢字文化圈인 韓·中·日 삼국에 있어서도 서로 다른 차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삼국의 차문화를 논할 때도 한국의 차문화를 茶禮, 중국의 그것을 茶藝, 일본을 茶道라 부르는 데서도 그 특성이 드러난다.
이러한 차문화의 발달과 함께 전개된 茶道具는 다양한 종류와 형태, 그리고 기능을 지니고 있다. 물론 그것은 製茶道具, 飮茶道具 그리고 차와 관련된 周邊道具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하다. 이는 차를 위해서 생긴 경우도 있지만 식생활 등 생활도구를 이용한 경우도 있다. 이들이 차도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茶聖으로 받들고 있는 中·唐의 陸羽(733-804)가 『茶經』을 지어 「二之具」, 「四之器」 등을 다룸으로써 독자적인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러므로 차도구는 차문화의 오랜 역사와 함께 나라나 지역 등에 따라 독자적으로 발달하게 되었다. 더구나 차문화가 지니는 고도의 정신성 등은 도구 명칭 하나에 이르기까지 매우 섬세하게 분화시키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근래에 이르러 여러 계층으로 확산된 차문화에 따라 다양한 도구가 사용되고 있는데 반해, 도구 명칭은 중국과 일본의 그것이 혼용되는 등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차도구의 한글 표기는 크게 7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한문을 한글로 표기한 명칭, 둘째 한문과 한글을 혼합한 명칭, 셋째 한문을 우리말로 고쳐서 표기한 명칭, 넷째 한문을 일본어로 음사한 것을 한글로 표기한 명칭, 다섯째 일본어를 한글로 음차한 명칭, 여섯째 일본어와 한문을 한글로 표기한 혼합 명칭, 일곱째 순 한글 명칭 등이다. 이와 같은 혼용에 의해 다른 도구이면서 같이 불리거나 같은 도구인데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오류를 갖고 왔다.
이렇듯 차도구 명칭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음으로써 차문화의 정체성 확립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간에 명칭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통일을 위한 노력 또한 지속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 방면에서 논의되어 왔던 바를 종합하면서 특히 飮茶道具에 관한 명칭 통일 모형을 모색해 본 것이 본 연구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차도구에 관한 명칭 부여 방법은 중국이나 일본에서 발행된 책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차생활 일반에서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학술 연구의 영역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다. 결론은 우리나라에 있어서 차도구 명칭은 한 가지로 표기하는 방법이 요청되며, 그 통일 모형은 한문을 한글로 음독 표기하는 방법이라고 본다. 이 통일 모형이라는 대원칙이 힘을 받을 때 순 한글 명칭을 비롯한 세부 명칭, 그리고 주변 도구의 명칭에 대한 통일도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
물론 언어 명칭은 생명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시대 사회 환경이 바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 원칙이 갖추어지면 현재와 같은 혼용에서 오는 착종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도구 명칭의 통일 모형은 차문화의 정체성을 가져오게 되고, 그것은 생활 문화의 격조를 높이는 역할을 겸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