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세기의 화예조형은 예술과 철학, 과학과 기술 등의 사회·문화적 환경과 디자인을 포함한 동시대 조형예술 트렌드의 반영이 본격화되면서, 다양화와 확장의 변화를 통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화예조형 표현의 다양화와 변화는 화예표현(화재_花材)과 화기(花器)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과거 주로 물을 공급하는 필수적인 오브제로서의 기능과 단순한 조형적 요소를 가진 물적 대상으로서 취급되던 화기는 더 이상 단순한 물적 대상이 아니라, 조형의 발상과 형상화에 이르는 조형 과정 전반에서 매우 중요한 조형요소로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더 이상 화기를 화예소재의 생명 유지를 위한 일차적인 물 공급 수단이자 '기(器)' 로서의 오브제라는 한정적 개념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다변화된 화예조형 환경에 따른 화기 개념의 재규정 및 의미 확장에 관한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게 되었다고 사료되어 본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이에 본 연구자는 화예표현과 화기로 이루어지는 화예조형에서 화기의 개념 확장에 관한 논의를 위한 첫 단계로 본고의 2장에서 화기의 개념과 화기의 역사를 고찰하여, 화기의 의미가 우리의 생활문화와 함께 다양하고 포괄적인 의미로 발전되어 왔음을 보여주며, 역사적 고찰을 통하여 화기가 단순한 '기(器)' 의 의미뿐만이 아니라, 그 시대의 문화와 정신을 담아내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3장에서는 화예조형의 전개를 다루며, 현대의 화예조형 경향에 관한 보다 정확한 이해와 고찰을 위하여 현대 화예조형의 변화 요인과 변화의 양상에 관하여 다루고 있다. 또한 화예조형의 변화 속에서 화기 또한 변화를 겪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으며, 본 장에서는 화기의 역할의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또한 화기의 역할을 화예조형에서 화재표현과 화기의 관계를 중심으로 유형화시키고, 이 과정을 통해 화기가 화재와의 관계에서 표현적 역할과 존재 지지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할 수 있다.
이는 과거에 화기의 기능적 역할이 표현적 역할로, 오브제적 역할이 존재 지지적 역할로 이어지고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장에서는 존재 지지적 개념으로서의 화기역할에 관하여 살펴보았다. 타 분야와의 접목으로 확장되고 변화하고 있는 화예조형의 형식과 화기 유형을 파악하여, 화예조형에서 화기로서의 역할을 하는 대상이 오브제에 국한 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사람(신체, 동작), 멀티미디어(기술, 기계, 사진, 영상)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되어 표현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5장에서는 화기의 표현적 역할을 화재와의 결합 관계의 유형으로 분류하고자, 결합관계에 관한 이론 중 1985년 출판된 로버트 어윈(Robert Irwin, 1928~)의 『존재와 환경』에 수록된 「조건적 미술을 향한 소고 "Note Toward a Conditional Art"」에서 설명하고 있는 장소이론을 도입하여 유형화 하였다. 여기서 밝히고 있는 어윈의 조각과 환경과의 관계론을 화예조형에서의 화예표현과 화기와의 관계로 대치시켜 유형화한 것으로, 화예조형에서의 환경은 오브제로 제한된 환경과 오브제 밖의 환경으로 구분되어 질수 있으며, 모두를 포함한다고 보았다. 이렇게 대치된 유형은 어윈의 장소 지배성을 화기 지배성으로, 장소 순응성을 화기 순응성으로, 장소 특수성을 화기 특수성으로, 장소 발생성을 화기 발생성으로 재해석하였고, 이것은 화기가 화예조형에 관여되는 정도와 방법에 따라서 화예표현과의 관계를 유형화하여 분류한 것이다.
그리고 그 유형들은 각각의 특징을 갖게 된다.
첫째, 화기 지배성은 화예표현과 화기의 결합에서 화기의 표현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거나 완벽하게 따로 구분되는 유형으로 표현부분을 다른 화기에서 표현하더라도 크게 상관이 없는 결합구조로 화기의 기능적인 부분만을 위해 화예조형에 화기가 사용된 경우로 그 특징을 '기능성' 이라 볼 수 있다.
둘째, 화기 순응성은 화예조형에서 화예표현과 화기사이에 약간의 조형적 접근성이 보이나, 다른 화기로 교체되거나 바뀌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유형으로 '조화성' 을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 화기 특수성은 화예표현의 존재를 화기의 구조에 의존하는 구조적 결합을 보이는 유형으로 화기와 화예표현에 강한 조형적 유사성을 보이는 유형으로 '유사성' 또는 '구조 유사성' 의 특징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넷째, 화기 발생성은 화기가 되는 화기오브제, 공간, 환경이 작품의 탄생에 출발점과 영감의 대상체가 되어 화예표현에 고려되고 작품에 드러나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화예표현과 화기의 강력한 융화를 보이고 '일체성' 을 그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화재와의 결합관계에서 화기의 표현적 역할을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보았다.
6장에서는 이러한 각각의 유형들을 실제 화예작품을 통해 분석하고, 이 분석기준의 일반화를 위하여 작품을 중심으로 다시 재분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일반화를 위한 작품은 '플로랄 투데이(floral today)'의 2007년부터 2008년까지의 8권과, 더불어 '21세기를 주도해 갈 플라워아티스트' 에서 선정하였다. '플로랄 투데이(Floral Today)' 는 화예전문월간지로 가장 빠른 현대 화예조형의 트렌드를 접할 수 있는 매체라는 점에서 선정하였으며, '21세기를 주도해갈 플라워 아티스트' 는 현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선정으로 이루어진 책이라 판단되어졌기 때문이다. 작품 선정이 다소 주관적인 면을 배재할 수는 없겠으나, 최대한 본고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작품을 중심으로 선정하고, 되도록 다양한 유형의 작품 해석이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이러한 작품을 중심으로 한 화예조형 실 사례의 재분석은 화예조형에서 화기가 가지는 개념 확장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그 의의를 두고자 한다.
본고에서의 확장적 개념의 화기에 관한 일련의 논의와 연구는 화예조형에서 화기의 개념과 가능성을 재조명해보자 하는 시도였으며, 이것이 화예조형에서 화기를 고찰하고 화예조형을 연구하는 또 다른 시도를 위한 단초적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라며, 또한 다양한 실험적 사고에 의해 화기의 개념 확장과 표현의 다양화뿐만 아니라, 보다 심도 있고 창의적인 화예조형의 새로운 장을 마련하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