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에서는 1997년 동아시아 금융 위기 시 한국에서의 경험적 결과를 바탕으로 당시 한국에 제시된 IMF 구제금융 지원 조건과 이중 특히 고금리 정책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았으며 IMF 구제금융 전후 거시 경제 자료 및 통계를 중심으로 IMF conditionality를 분석하여 문제점을 제기하고 그 개선 방안에 대해 논하여 보았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에서 보았듯이 세계 경제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영향을 주고받고 있으며 여기에는 국가 간 정치적 영향력 및 국제 공조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제 경제를 논할 때 국제 정치와의 관련성을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국제 정치 경제의 상호 작용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1997년 동아시아 금융 위기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 이것은 태국에서 시작된 금융 위기가 차츰 주변 아시아 국가로 확산되어 아시아 지역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된 사건이다. 이 당시 외환위기를 겪은 국가들의 신용 공여 및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 IMF가 금융 통화 부문을 담당하는 국제기구로서 깊숙이 관여하였으며 경제 회복 과정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구조 전반에 걸쳐서 많은 변화를 초래하였다. IMF가 신용 공여와 함께 제시하는 IMF의 conditionality가 이러한 역할을 하였는데 이것이 각 국가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IMF의 정책 중 특히 고금리 정책은 구제금융 지원 조건을 대표하는 정책이며 구제 금융 시 가장 초기에 적용되는 정책이기도 하다. 이것은 비단 금융 통화 부문에서 뿐만 아니라 기업들과 일반 국민들에게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으로서 금융 위기로 인하여 IMF로부터 대출을 받게 되는 국가들이 가장 꺼리는 정책 중 하나이다. 한국의 경우도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최고 32%에 이르는 고금리 정책이 장기간 시행됨으로 인하여 건전한 기업의 도산, 이로 인한 실업자의 양산과 함께 기업, 가계 부문의 직접적인 금융비용 부담 증가에 수반되는 경기 침체 등 그 역작용이 매우 컸다.
그러나 이 당시 금리, 환율에 대한 자료의 분석 및 conditionality에 대한 고찰에 의하면 한국 경제가 감내해야 했던 고통에 비해 고금리 정책을 비롯한 IMF conditionality의 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나 IMF의 conditionality의 효용성과 정책 적용에 있어서의 정당성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사회에서 소수 선진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책이 결정되는 IMF와 같은 국제기구가 객관성과 독립성을 결여한 채 운용되고 있으며 이들이 제시하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정치학적인 관점에서의 고려와 비판 없이 그대로 수용했다는 데서 그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IMF의 conditionality의 개선 방안을 고려할 때 IMF의 거버넌스에 대한 개선 방안을 같이 생각해 보아야 하며 IMF 자체의 존속과 ‘최종 대부자’입장에서 국제적 금융통화기구로서의 대표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보다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운용되는 기구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