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즘 이후 유물적 가치의 발전은 편리하고 풍요로운 문명의 혜택을 주었지만 환경파괴, 인간성 상실, 양극화 등의 사회문제를 야기하였다. 특히 공간은 인간의 행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유물적 환경으로써 이러한 사회문제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해결과 발전의 방식으로 동양의 철학을 선택하였으며 이는 ‘퓨전’이라는 문화코드라 할 수 있다. 퓨전은 동서양의 문화적 합치이며 동등한 가치를 갖지만 지금까지 서양이 바라보는 동양의 모습은 자신의 모순을 채워주는 ‘타자’의 역할이었으며, 때문에 동양철학을 자신들에게 편리하게 해석하기에 이르렀다.
전통주거공간은 오랜 역사 속에서 무해하며 자연적인 성격을 통해 변하지 않는 문화적 유산이 되었으며 발전한 문명의 혜택 속에서도 친근한 공간으로 남아있다. 때문에 전통공간에 대한 선행연구가 끊임없이 이어졌으며 공간 안에 담긴 무수한 가치를 얻고자 하였다. 동양철학을 배경으로 한 공간의 구조와 형태, 색상은 전통공간의 아름다움과 서양공간과의 차이를 분명히 하였으며 문화적 차별성을 규명하였지만, 전통공간이 갖는 기능적이고 형태적인 유물적 가치에 기준을 둠으로써 더 다양하고 발전된 서양공간에 대한 대안의 역할을 할 수 없었다.
본 연구는 전통공간에 대한 선행연구가 기능과 형태의 유물적 가치에 관점을 맞추었다면, 심리와 감성을 통해 발생하는 유심적 가치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공간에 나타나는 유심적 가치의 결과는 빠르게 나타나거나 단편적이지 않으며 충분히 오랜 경험과 많은 사용자를 통해 문화적 가치나 주체성으로 남기도하며, 공간이 변함에 따라 이를 잃기도 한다. 이는 전통공간의 구조가 형이상학적 철학이 구현된 것이나 형태가 자연을 닮아있다는 증명될 수없는 주장 때문에 부정되어진 유심적 가치의 재해석이며, 공간에 대한 심리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본 연구의 배경과 목적, 방법과 범위를 규정하였다. 본 연구는 유물적 가치가 중심이 되었던 기존공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위해, 이원론적 접근과 전통공간에 담긴 유심적 가치의 규명을 제안하였다.
2장에서는 본 연구의 필요성과 가치에 대한 철학적 접근과 함께 기존연구사례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문제와 본 연구의 차별성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는 서양공간의 문제와 동양철학을 유물적 해석의 오류를 분석하고, 유심적 해석의 방법을 제안하였다. 이를 통해 전통주거공간에 나타날 수 있는 다섯 가지의 유심적 가치를 가설로 정하였다.
3장에서는 본 연구에서 주장하는 유심적 가치를 다섯 가지의 범위에서 분석하여 규명하였다. 본 연구는 다섯 가지의 범위에서 나타난 요소를 구체화하여 이를 각각 자람 터, 살음 꼴, 밝은 내, 어울 간, 머물 곶이라 명명하였으며 전통주 거공간의 유심적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였다. 자람 터는 인간과 함께 성장하고 상호영향을 주는 공간, 살음 꼴은 재료가 의미하는 공간의 생명성과 사용자행태에 대한 영향, 밝은 내는 심리적 안정에 따른 색의 선호와 색의 작용에 따른 감성, 어울 간은 사이 공간의 이용과 작용에 따른 문화적 영향, 머물 곶은 공간의 변화와 친화적 작용에 따른 공간선호도라는 유심적 가치를 규명하였다.
4장에서는 앞장에서 분석되어진 유심적 가치를 직접 공간에 적용하고, 이를 정성적으로 해석하여 전통공간이 갖는 가능성을 디자인 규칙으로 제안하였다.
유심적 가치는 전통주거공간의 고유한 가치가 아니며, 이원론적 철학을 배경으로 한 인류전체가 지닌 정신문화재이다. 본 연구는 유심적 가치를 구체화하기 위해 정신문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은 우리나라의 전통공간을 대상으로 하여 다섯 가지의 범위에서 이를 규명하였다. 전통주거공간의 유심적 가치는 일부 비슷한 형태로 중국, 일본에서 나타나거나 현대주거공간에 유전되었지만, 전통적인 공간이 갖는 정체성이 강한 문화적 창조물이며 무형의 재산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문화 전반에 내재한 유심적 가치의 규명은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 있으며, 공간을 통해 구성원의 동질감을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류라는 문화코드에 나타난 유심적 가치의 부재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으며, 발전과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유물적 가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신문화 선진국으로써 문화정책의 효과적인 지침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