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flow)은 현대 심리학의 개념 중 일반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개념 중 하나다. 사람들은 몰입이 개인에게 주는 긍정성에 주목하고 있으며, 특히 몰입은 자본주의적 가치 내에서 생산성에 기여하고, 행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개념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몰입이 경험자체로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점과 더불어 생산성이라는 암묵적 사회적 가치에 부합 하느냐 여부에 따라 몰입의 긍정성이 확인되기도 한다. 이러한 측면은 몰입의 기능이 개인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긍정적 가치 내에서 파악되고 있음을 나타내준다. 사회적 긍정적 가치는 개인의 몰입에 대해 중요타인들로 하여금 개인의 몰입을 지지하는 맥락을 형성하게 한다. 이러한 중요타인의 맥락형성은 몰입의 긍정성을 의심하지 못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몰입이 긍정성이 단순히 몰입자체뿐 아니라 타인의 맥락에 의해서 결정될 수 있다면 '중요타인의 맥락이 개인의 몰입에 대한 지지에서 반대로 변화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개인의 몰입에 대한 지지에서 반대로 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개인의 몰입이 타인을 방해하거나 타인에게 갈등을 야기 시킬 가능성은 없는가?' 하는 질문들은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이라 할 수 있겠다. 본 연구는 이러한 의미에서 기존의 몰입 연구의 맥락을 확인하고, 맥락을 변화하게 하는 요인이 무엇이며, 맥락이 변화하면 몰입이 개인에게 어떠한 효과가 있으며, 타인에게는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목적이었다.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 몰입연구의 암묵적인 관계적 맥락을 확인한 결과, 기존의 몰입연구는 타인의 인정이라는 전제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모든 맥락을 고려한 대단위 연구(1805명)에서는 대략 30% 사람들(상대방의 몰입으로 인한 갈등이 34.8%, 자신의 몰입으로 인한 상대방과 갈등이 23.4%)이 자신 혹은 타인의 몰입으로 인해 갈등을 경험했거나,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에서 나타난 30%의 사람들은 왜, 무엇 때문에 갈등을 겪는 것일까? 그리고 30%의 사람들이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결과는 이전에 몰입 연구 결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약 30%의 사람들은 기존의 몰입 연구의 대상 혹은 맥락에서 제외 되었던 셈이다. 따라서 후속 연구를 통해 현실에 존재하는 나머지 30%의 사람들은 자신 혹은 타인의 몰입으로 인해 어떤 것들을 경험하고 있는지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탐색하고자 하였다.
둘째, 개인의 몰입에 대한 타인의 동의/비동의(인정/반대)에 맥락에 따라 개인이 어떠한 경험을 하는지 알아보았다. 또한 무엇 때문에 개인의 몰입에 대해 타인이 동의하지 않는지도 알아보았다. 연구 결과, 예상했던 대로 생산성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위배될 때 몰입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개인이 몰입하는 활동이 사회적 가치상 생산적이라고 여겨지지 않으면 타인은 몰입에 대해 동의하지 못했고, 이때 개인은 타인의 부정적인 태도에 따라 자의식을 경험하기도 하고, 타인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개인의 몰입의 기능이 반감되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몰입을 높은 수준에서 경험하는 사람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몰입이 높을수록 행복해 하는 것으로 나타나, 몰입자체의 긍정성도 있음이 나타났다. 왜냐하면 몰입자체가 긍정적이지 않고 사회적 가치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면 타인이 반대하는 경우 몰입으로 인한 개인의 긍정적 기능이 들어나지 않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몰입이 항상 긍정적이라면 타인의 영향과는 상관없이 개인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야 한다. 요컨대, 몰입자체의 긍정성이 일부 확인되었고, 사회적 가치(타인의 동의)가 몰입의 효과를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상대방의 몰입에 반대하는 이유와 반대할 때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이 있는지 알아보았다. 앞의 연구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가치에 위배되는 몰입활동은 반대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특히 부부관계 맥락에서 부부관계에서 기대되는 규범(가족 우선, 배우자에 대한 고려 등)을 위반할 경우 상대방에 몰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상대방의 몰입이 가족에 보탬이 되거나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이라고 여겨지면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회적 가치 외에 상대방의 성향(개인지향-관계지향)이 몰입동의를 예측하는 주요 변수로 나타났다. 상대방이 몰입을 자주 하는 동시에 개인 지향적 성향이면 몰입갈등이 높아지고, 상대방이 몰입을 자주 한다고 하더라도 자신과 의견을 조율하면서 한다면 설혹 몰입의 반대한다고 할지라도 인내 할 수 있고, 몰입갈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앞의 연구들이 일방적인 개인의 지각에 의존하였기 때문에 부부 짝 자료를 활용하여 보다 현실적인 몰입의 행위자 효과와 파트너 효과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 남편의 경우 자신의 몰입이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었지만, 아내에게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한편 아내의 경우 자신의 몰입이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남편에게는 유의미한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관계에서 중요한 변인인 결혼기간, 맞벌이 여부는 유의미한 영향이 없는 것으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든 결과를 종합해 보면, 개인의 몰입이 제한적으로 자신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때로는 타인에게 부정적인 효과를 주기도 한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의 몰입이 타인에게 부정적인 효과를 주게 되면 이는 다시 타인으로 하여금 개인의 몰입에 대한 비동의 맥락을 형성하게 하여 개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게 되는 악순환 구조를 가질 수도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기존의 몰입 연구의 결과들과는 다소 상이한 결과들이었다. 이러한 결과의 상이함은 몰입의 긍정성을 의심할 수 없게 만든 몰입의 긍정적 '신화'화와 기존 몰입연구의 패러다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몰입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것이라고 여겨지면, 그 패러다임 안에서 기존 연구들은 몰입의 긍정성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특정 개념을 너무 한 측면에서만 다루게 되면 현실에 존재하는 현상을 놓치게 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몰입을 개인측면뿐 아니라 관계 측면에서 검토한 본 연구는 기존 연구에서 배재되었던 30%의 현실을 기존 연구결과에 보탤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