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는 자신들의 종교적, 인문학적, 음악적 또는 미학적 가치를 시대에 맞는 음악형식에 담아 표현해낸다. 아주 오랜 시간동안 클래식음악(Classical music)은 작곡가 자신의 취향과 그 고유의 가치보다는 음악을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사람들의 기준에 맞춰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예를 들면 바로크 시대에는 교회의 기준에, 고전시대는 권력을 지닌 왕실과 귀족들의 기준에 맞게 그리고 낭만시대부터 현대까지는 대중의 기준에 그 가치가 부합되고 합당하다고 생각되어져야 인정을 받아왔다. 이렇듯 보이지 않는 많은 제약과 시대를 풍미하는 음악적 형식의 지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음악가들은 자신의 세계를 그 안에서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청중에게 전달해왔다. 새로운 이상의 세계 또는 과거에 대한 성찰을 선율로 펼쳐 보임으로써 '예술'이라는 감정적 교류의 결정체를 창출해왔으며 작곡가들의 개성은 그들의 삶의 역사가 반영되어 표현되었다.
19세기 사회 전반에 걸친 급변하는 흐름에 있어 고전주의의 형식미와 절제미는 몸에 맞지 않는 옷과 같았고 그 형식 속에서 음악적인 열정을 끊임없이 표출해내며 형식의 제약이 주는 한계를 뛰어넘은 '악성' 베토벤을 통해 감정이 우선시 되는 낭만시대가 도래한다. 19세기 전반에 걸쳐 꽃핀 낭만주의 시대는 시민혁명을 거치며 자유사상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그 영향은 이전의 귀족 중심의 문화에서 대중문화의 영역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고 그로인해 자연스럽게 개인의 감정 표현과 음악외적인 요소와의 결합이 자연스러워지게 된다. 그런 흐름에 따라 슈만은 다수의 성격소곡집들을 작곡하였고 이는 문학이나 신화로부터 영감 받아 작곡되기도 하였는데 독일 낭만주의 음악의 대표적 문학가인 호프만(E.T.A. Hoffmann, 1776-1822)와 리히터(Jean Paul Richter, 1763-1825)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본 논문에서는 슈만의 피아노 음악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고 대표적인 작품 〈환상소곡집 (Fantasiestüke, Op. 12〉의 분석을 통해 선율, 형식, 리듬의 특징을 이해하고 연주자로써의 연주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환상 소곡집〉은 호프만의 소설 〈칼롯 풍의 환상소곡집 (Fantasiestücke in Callot's Manier)〉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되었다. 표제를 지닌 8개의 독립된 악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반음계적 선율과 당김음 리듬, 악센트와 sf를 즉흥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풍부한 음악적 감상을 표현해낸다. 8개의 각 악곡에 붙은 상징적인 부제들은 소설의 흐름과 연관성을 갖는데 이 부제들은 작곡이 완성된 후 붙여졌으며 각 악곡의 분위기를 함축적으로 나타내주고 있다. 호프만의 소설에서 주인공이 겪는 이상세계와 현실세계의 대립, 그로인해서 이중적으로 분열된 자아는 슈만의 음악에서 부분형식으로, 각 부분의 명확한 대립으로 표현된다. pp와 ff, 갑작스러운 악센트, 스타카토와 레가토 등 대조적인 음악요소들을 사용하여 정체되지 않은 감정 상태를 변화무쌍하게 표현한다. 이렇게 그의 음악은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고뇌 속에서 희망으로의 길을 혹은 그 반대로, 상응하지 않는 감정의 공존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