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의 연구 목적은 나디의 구조와 형질 그리고 기능에 대한 이해와 함께, 수행의 방편인 여러 사다나(sādhana, 수행법)와 나디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함이다. 나디는 눈으로 그 형태를 볼 수 없고 손으로 그 질감을 느낄 수 없는 미세 물질로서 오감으로는 그 존재의 유무를 파악 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심지어 고도로 발달된 현대 과학 문명의 수단으로도 아직 검증을 하지 못하고 있는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눈 밝은 요가수행자들은 우리의 몸 내부 전체에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뻗어 있으면서 생명활동의 시작과 지속과 마침에 관계하고, 나아가서 수행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로서 이것을 발견하고 주목하였다.
요가수행에서 아무리 성능 좋은 엔진을 가지고 있는 꾼달리니(kuņdalini)라 할지라도 꾼달리니의 통행로인 수슘나 나디(suşumna nādi)의 존재를 부인하거나 그에 의지하지 않는다든지, 또는 수슘나 나디가 불순함으로 막혀 있다면, 수행의 궁극인 우주아宇宙我인 브라흐만(Brahman)과의 합일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수슘나 나디는 수행을 수행답게 하는 수단이고, 그 자체로 수행의 목적인 절대경지에 이르게 하는 유일한 대도大道로 파악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말미암아 나디에 대한 이해, 특히 수슘나 나디를 대상으로 하는 올바른 지식과 수행은 요가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본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II장 나디의 구조론에서는 비록 눈에 보이지 않고 느낄 수 없는 나디이지만 구조적으로 접근하여 이해하고자 하였다. 우선 나디의 비롯이 되는 깐다(kanda, 구근)에 대하여 우빠니샤드(Upanişad)와 아유르베다(Āyurveda) 그리고 딴뜨라(tantra)와 하타요가(haţha yoga)의 문헌을 위주로 다루었다. ① 우빠니샤드에서는 깐다의 위치가 심장에 있으며, 그 곳에서 모든 나디가 온 몸으로 그물망처럼 퍼져 자리하고 있으며, 수슘나 나디 또한 심장에서 머리꼭대기로 곧장 이어져 있는 것으로 설명한다. 심장과 지각기관이나 운동기관 등 몸의 기관과의 연결은 나디를 통해서이며 이를 통해서 뿌루샤(Puruşa)의 움직임이 있게 된다. ② 그에 비해 딴뜨라와 하타요가 문헌에 보이는 깐다의 위치는 대체로 배꼽아래 또는 회음부로 표현되고 있지만, 티벳의 전통적인 밀교 수행법인 마하무드라 수행에 의하면 몸의 주요 나디 짜끄라(cakra) 각각에서 바퀴살처럼 나디가 펼쳐 나온다고 본다. 깐다가 한 곳이 아니라 여러 곳임을 보여준다. ③ 몸 나디가 마치는 지점에서 우주적 나디가 새로이 시작한다는 견해가 발견된다. 쁘라나(prāņa)의 길이나 아뜨만(Ātman)의 길로서 기능하면서 몸 나디와 우주적 나디가 간단없이 이어져 있으며, 이는 아뜨만의 세상과 브라만의 세상이 단절 없이 연결되어 있음을 설명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현생의 나와 미래 생의 나를 연결시키고 우주의 모든 존재들과 나를 연결시키는 것은 쁘라나의 실이다. 그런데 이 쁘라나는 무질서하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나디 속에서 흐르는 것으로 이해된다.
III장 나디의 형질론에서는 나디의 형색과 내부물질에 대해서 다루었다. 나디의 형색에 대한 설명은 우빠니샤드와 아유르베다에서 보이는데, 이를 '태양의 빛살의 관점'과 '3종 도샤(doşa)의 관점' 그리고 '5종 요소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① 태양의 빛살의 관점은 우빠니샤드의 본문에 나와 있는 내용만을 통해 이해한 측면으로서 태양의 빛살이 나디 내부로 들어오고, 또한 나디 내부의 빛살이 태양으로 들어가는 걸림 없이 자유로운 거래를 묘사하고 있다. 태양의 빛살과 나디 내부의 빛살이 동일한 성질의 동일한 존재라고 단정 할 수 는 없지만 태양의 빛살이 나디 내부로 들어가서 나디 내부의 빛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해된다. ② 3종 도샤의 관점은 샹까라(Sańkāra)의 설명에 의지하는 가운데 전개되는데, 세 가지 도샤 가운데 삐따(pitta) 도샤의 최상의 형태인 태양의 열기로 설명되는 떼자스(tejas)가 나디의 색깔변화에 중심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 떼자스가 나디에 들어가서 까파(kapha)와 와따(vāta) 그리고 피의 결합의 정도에 따라서 다양한 색깔을 드러낸다고 본다. ③ 5종 요소의 관점에서 우빠니샤드에 나타난 나디의 색깔에 대해서 이해하려 하였다. 5종 요소는 몸에서 작용하는 위치가 다르다 하더라도 색과 종자와 형태는 대체로 유사하게 표현되고 있음을 확인하였으며, 이는 곧 5종 요소의 고유한 속성을 드러내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며, 몸의 내부뿐 아니라 몸의 외부의 어떠한 사물에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5종 요소로 이루어진 태양과 그 빛살이 그대로 고유한 속성을 가지고 나디 내부로 들어와서 5종의 나디의 색으로 발현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보인다.
IV장 나디의 기능론에서는 뿌루샤의 길, 불사의 길과 윤회의 길, 마음의 길, 그리고 꾼달리니의 길로 구분하여 이해하였다. ① 심장과 지각 기관인 눈 사이에 놓여있는 길인 나디를 통해서 뿌루샤가 오가는 상태를 뿌루샤의 길로 설명하였고, ② 태양과 심장이 빛살을 통해 교류하고 이 빛살을 타고서 아뜨만이 수슘나의 길을 따라 몸을 벗어나 태양에 도달하게 된다. 이는 불사의 길이며, 수슘나의 길을 통하지 않고 다른 몸의 기관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윤회로 가는 길이 됨을 확인하였다. ③ 쁘라나의 흐름과 마음 작용의 연관성을 이해하기 위해 우빠니샤드와 딴뜨라·하타요가에서의 마음과 쁘라나와 나디의 상호 관계를 파악하여 이해하였다. ④ 꾼달리니의 각성과 함께 수슘나 나디로의 이행을 통해 삼매와 해탈 등의 초월적인 경험을 하게 됨을 각 문헌을 통해 이해하였으며, 특히 꾼달리니의 각성 못지않게 수슘나 나디의 각성의 의의와 방법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V장 나디의 수행론에서는 나디와 관련한 구체적인 수행법들인 나디 정화 수행, 꾼달리니 수행, 빈두 수행을 살펴보았고, 이를 통해 요가수행의 절정인 해탈의 초월적 경험과 동시에 심신의 건강을 위해 나디의 정화와 각성이 어떠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는지를 이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