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석사학위 청구논문은 삶에서 죽음으로 이어진 상실의 경계에서 사용했던 한국 전통 장례의식 오브제의 '치유성'에 대해 조형적으로 고찰한 연구이다. 죽음으로 인한 삶의 박탈감과 공포감을 해소시켜줄 도구로써 '치유'의 키워드가 내포된 '상여', '꼭두' 장례 오브제를 모티브로 본 연구자의 다양한 해석을 미적 시도하여 표현하였다. 본 연구는 죽음 앞에서 드러나는 산자와 죽은 자의 심리적 변화를 미술행위로써 치유하고자 한다.
현대사회는 고도로 발전된 과학기술과 물질중심주의의 이기를 초래하여 인간의 삶뿐만 아니라 죽음을 대하는 태도까지도 변화시켰다. 과거에는 대가족과 마을 공동체가 함께 모여 장례 절차과정을 도와 이별의 상처를 서로 치유해 가며 일상생활로의 회복이 수월했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장례문화는 급격한 현대화로 인해 축소되고 상업화되면서 진정한 애도의 의미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별극복을 위한 충분한 시간적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이별은 떠나보내는 자 뿐만 아니라 떠나야 하는 자까지도 상실감과 허무함을 극복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본 연구자는 형식화된 오늘날의 장례에 대해서 한국식 애도 방법과 태도를 제시하였다. 한국적인 생사관의 이해를 통해 선조들이 죽음을 어떻게 인식하였는지, 또 죽음의 상실을 어떻게 조형적으로 표현하여 치유 했는지에 대한 작업과정을 보여 주고자 한다.
첫째, '상여', '꼭두'는 우리 민족들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승화시켜 왔는지를 보여 주는 가장 직접적이고도 대표적인 자료이다. 망자가 현세에서 이루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사후에서나마 성취하길 바라는 후손들의 염원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
둘째, 이를 모티브로 한 유리조형작품은 '치유성', '희화·해학성', '축제적 의미'에 초점을 맞춘 애도의 과정으로써, 조형미와 상징적 의미를 재탄생시킨 연구를 수행하였다. 유리를 주재료로 사용한 본 작업은 죽음을 창조적인 죽음으로 전환시켜 치유성을 표현하였다.
셋째, 상여에 장식된 '꼭두' 오브제는 의인화시킴으로써 사후에 대한 불안함 해소와 내세에 대한 염원을 담은 죽음에 대한 해학을 풀어내었다. 상여와 꼭두는 삶과 죽음의 영역(시·공간)간에 초월을 상징하는 다수의 유닛조각들로 구성된 '유동적 매개물(Vehicle)'이다. 이러한 '유동성'은 단순한 사체 운반도구가 아닌 삶과 죽음을 연결시켜 주는 매개체로 확대시켜 애도의 중심이 되고, 이는 상실감과 허무감을 해소시켜주는 상징적 오브제로 재발견하고자 한다. 또한 본 작업은 죽음을 상징하는 전통 개념과 현대적 개념이 내포된 새로운 조형적 오브제로 창작하였다.
즉 본 연구는 사별의 극복방법을 연구함으로써 죽음이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영속선 상에서 죽음이란 존재를 인지하고자 하며, 보다 나은 삶의 긍지와 질을 경험하도록 돕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본인의 예술성과 철학적 관점을 보다 이론적으로 체계화하고, 심화 및 발전시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