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김현승 시의 치유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의 시를 치유의 텍스트로 정립하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시가 치유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자의 영혼을 정화하고 새로운 생의 의지를 강화해 줄 힘과 감동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김현승은 어느 시인보다도 적격자로 사료된다. 강직하고 청결한 자기관리, 궁극과 본질에 대한 각별한 지적 열정, 순결한 감성, 치열한 신앙으로 탁마한 그의 시는 치유의 미래적 텍스트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김현승의 기독교 시는 신앙시의 전범으로 읽힌다. 심층적 내밀을 심화하는 절대고독 시기의 시적 치열성은 그의 시를 절정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아울러 그의 기독교 시도보다 심원하고 정련된 차원으로 격상된다. 서로를 자극하며 견인하는 고독과 신앙의 이원적 일체성은 그의 시에 집중적으로 투영되어 동반상승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이때 그의 시는 기독교 시와 불가분의 합목적 결합을 이룬다. 그리하여 그의 시는 통상적 수준을 뛰어넘어 고유의 치유 기능을 강화하게 된다.
그런데도 그의 시는 시 치유에 효율적으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점은 앞으로 시 치유 분야가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선결적 과제일 것이다. 본고는 이 사실에 유의해 김현승의 고독과 신앙, 시를 유기적인 동일선상에서 고찰했다. 나아가 김현승 시의 시 치유 텍스트로서의 가치와 기능의 제고에 집중했다.
그러나 그의 시를 시 치유적 각도에서 고찰한 자료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따라서 폭넓고도 깊이 있는 선행적 연구가 요구되었다. 그 일환으로 김현승에게 내재된 종교, 철학, 예술적 치유의 배경을 김현승과 정신환경적 정서를 공유하는 아우구스티누스, 키에르케고르, 릴케의 경우와 연계해 살펴보았다. 이는 김현승과 그의 시를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새로운 지평을 확장하고자 함이다. 한편 심층심리학적 측면에서 융의 시각을 빌려 김현승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았다. 이 연구는 피상적 김현승 시평에 그친 시 중심의 시선을 내면세계로 확산해 그의 시세계에 심층적 분석의 토대를 다지는 참신한 선례일 수 있다.
이를 토대로 김현승 시의 치유적 가치와 기능을 다각도로 추출해 다음과 같이 그 텍스트적 위치를 정립했다. 첫째, 김현승의 시를 네 가지 특장, 즉 독자들의 나약한 정신을 일깨우고 삶의 용기를 북돋아 주는 강인한 의지, 암울한 사회에 희망을 심어주는 빛과 소금 같은 메시지, 독자들의 영혼을 청정하게 씻어주는 순결한 정신, 독자들을 안정시키고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외강내유(外剛內柔)의 감성으로 분류해 그 구체적 기능을 정밀화했다. 둘째, 세 차례에 걸친 다각도의 설문조사를 통해 김현승의 시에 부여된 텍스트의 실효적 가치와 기능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 시 치유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지 않았을 때와 달리 시 치유의 진가를 더 분명히 의식하게 되었으며 시에 대한 독해 또한 확연히 달라졌다. 따라서 시 치유의 가치와 효과가 점증할수록 우수한 텍스트로 김현승의 시가 기능하게 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확인하게 되었다. 셋째, 단순히 서구중심의 치유이론에만 편중되어 있는 시 치유 연구의 외연을 확장, 동양 사상을 바탕으로한 정신건강의 평상적 관리와 상처의 예방적 차원에서 김현승의 시를 분석하였다. 이는 앞으로 시 치유 분야가 개척해야 할 폭넓은 과제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일 수 있다.
이 세 가지 사항은 본고가 연구한 논의의 핵심이다. 이는 김현승에 관한 시 치유의 논고들이 많이 배출되어 그의 시가 재조명되고 미래적 가치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시의 기능적 가치에 몰입하다보면 시 고유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김현승의 시는 그런 염려를 불식시킬 만큼의 밀도와 깊이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기에 시 치유 텍스트로서 순기능을 더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