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결혼이주여성 통·번역사의 문화정체성과 직무만족에 대해 분석하였다. 결혼이주여성 통·번역사의 문화정체성을 모국과 한국의 사회문화정체성과 언어정체성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직무만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연구대상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베트남어와 중국어 통·번역사로 활동하는 결혼이주여성이며 연구도구는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이다.
설문조사 결과, 결혼이주여성 통·번역사는 모국문화와 한국문화에 대체로 긍정적이었으며, 한국어와 모국어 모두 호감을 갖고 있었고 이중언어에 능숙한 편으로 나타났으며, 통·번역 직무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인구사회학적 변인에 따른 사회문화정체성의 차이는 없었으나 인구사회학적 변인에 따른 언어정체성의 차이는 있었다. 연령이 낮을수록 언어정체성이 낮았고, 문화예술 참여경험과 여행, 모국방문 경험이 있는 경우 언어정체성이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인구사회학적 변인에 따른 직무만족의 차이는 모국방문 여부를 제외하고 모두 없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최근 5년 내 모국방문이 있는 경우 직무만족이 높았다.
셋째, 문화정체성은 사회문화정체성과 언어정체성 모두 직무만족 간에 정(+)의 상관관계가 있다. 즉, 결혼이주여성 통·번역사는 모국과 한국의 사회문화에 호감이 높을수록 직무만족도가 높고, 모국어와 한국어에 호감을 갖고 능숙할수록 직무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문화정체성(사회문화정체성, 언어정체성)이 직무 만족에 미치는 영향을 보았다. 그 결과, 문화정체성이 직무만족을 50.6% 설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정체성이 직무만족의 하위 6개 영역(직무자체, 근무환경, 대우·보상, 상사와의 관계, 동료와의 관계, 사회적 인정·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 사회문화정체성과 언어정체성이 높을수록 직무자체, 사회적 인정·평가 만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정체성이 높을수록 근무환경과 대인관계에 대한 만족이 높았다. 다만, 대우·보상에 대해서는 사회문화정체성과 언어정체성의 통계적 유의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서울·경기 지역 통·번역사 8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한 결과, 인구사회학적 특성이 사회문화정체성과 언어정체성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모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에 따라 통·번역 업무에서 느끼는 장단점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설문조사와 마찬가지로 문화정체성이 직무만족과 관련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결과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결혼이주여성 통·번역사의 문화정체성을 Banks의 문화정체성 발달 이론의 ‘문화 캡슐화 단계’에서 ‘문화정체성 명료화 단계’와 ‘이중문화주의’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모국과 한국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여전히 귀속·정서 측면에서 모국문화와 모국어를 한국문화와 한국어보다 약간 더 선호하며 모국에 대한 자긍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만족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양호하게 나타났고 자부심이 높았으나 대우·보상에 관한 만족도가 낮은 편이어서 비정규직, 낮은 급여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결혼이주여성 통·번역사의 직무만족 조사를 통해 결혼이주여성들의 해당 직무에 대한 단순한 만족도를 넘어 한국 사회에 그들이 얼마나 잘 적응해나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추후 결혼이주여성 통·번역사에 대해 문화능력, 문화갈등, 직무역량갈등, 직무윤리 등을 추가한 척도가 이용된 심도 있는 후속연구와 질적 연구를 기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