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박물관·미술관 연구에서 관람자들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관람자에 대한 연구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이 박물관·미술관을 찾는 자발적 관람자들에 대한 연구에 머무르고 있어, 잠재적인 관람자인 비관람자들은 연구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다. 본 연구는 박물관·미술관을 자발적으로 찾지 않는 한국의 20대를 비관람자라 정의하고 그들의 박물관·미술관에 관한 경험과 인식에 대해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이 과거에 축적한 경험과 현재에 이루어지고 있는 경험들을 조사하여, 이 경험들이 박물관·미술관에 대한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 참여한 6명의 연구참여자들은 한국의 20대 비관람자들로 최대 다양성 표집을 사용하였으며, 반구조화된 개별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의 인터뷰 횟수는 개인당 2~3회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회당 인터뷰 시간은 1차 100분, 2, 3차 20~30분 정도였으며, 인터뷰를 통해 연구참여자들의 개인적, 사회적, 물리적 환경에 의해 형성된 경험과 인식이 박물관·미술관에 대한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연구 배경 및 필요성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진행한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의 20대 비자발적 관람자들은 어떠한 맥락에서 박물관·미술관을 경험하는가? 둘째, 한국의 20대 비자발적 관람자들이 생각하는 박물관·미술관에 대한 인식이 보여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 질문들을 통해 과거의 경험이 박물관·미술관 인식에 미친 영향과 현재의 경험이 미친 영향, 그리고 박물관·미술관 관람 이외에 다른 문화생활은 향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네 가지 사항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본 연구를 통한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연구참여자들의 박물관·미술관 경험과 인식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했지만 크게 다섯 가지 공통점이 나타났다.
첫 번째, 미술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 연구참여자의 경우 대부분 미술과 개인적인 관련성이 있었으며,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연구참여자들은 미술은 자신과 상관이 없는 것이며, 자신은 미술에 재능이 없다는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두 번째, 박물관·미술관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보여준 참가자들은 모두 성장기에 박물관·미술관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세 번째, 박물관·미술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긴 원인은 학교와 주변 환경에 의한 영향이 컸음을 알 수 있었다. 연구참여자들이 초중고 재학 당시, 전국의 박물관·미술관의 분포도는 현재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유년기부터 박물관·미술관을 경험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연구참여자들은 열악한 환경과 경험 부족 때문에 박물관·미술관이라는 주제로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대화를 이끌어나가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네 번째, 현재 한국의 20대들이 처해 있는 생활적 요소들이 특수성으로 작용하여 연구참여자들의 박물관·미술관 관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20대들은 현재 주어진 삶을 더 중요시 여기며,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스트레오타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 그리고 미디어의 발달로 박물관·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스마트 기기 속의 가상공간을 통해 대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섯 번째, 박물관·미술관을 통해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과 같은 방법론적 접근을 통한다면, 박물관 미술관은 재미를 줄 수 있는 공간, 감동과 힐링의 공간으로도 변모할 가능성도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분석들을 통하여 얻어낸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시사점을 준다. 박물관·미술관에 대한 어린 시절의 경험은 성인이 되어 박물관·미술관의 방문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영향을 끼친다. 그렇기 때문에 관람자의 경험의 중요성에 대해 더욱 주목할 필요성이 있음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또한 앞으로 많은 세대를 아우르는 박물관·미술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잠재적 관람자인 비관람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