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위한 도시는 그 지역의 장소적 가치를 유지하고, 소규모 단위의 '장소만들기'를 추구한다. 도시공간은 일상을 살아가는 거주자들이 하나의 감각이나 지각체계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감각이 활성화되는 삶의 공간이다. 본 연구에서는 기존의 역사적 맥락을 존중하는 건축재생과 도시재생을 건축도시 재생으로 정의하고, 다양한 몸의 지각체계의 체험이 이러한 도시계획 패러다임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고 본다. 따라서, 몸의 지각과 관련된 건축도시 재생에 주목하여 본 연구의 주요 구조를 네 가지로 구분하였다.
첫째, 현대 건축과 도시의 출발점인 모더니즘과 그 이후 건축과 도시의 지각적인 문제에 대한 비평과 함께 대안을 제시했던 이론가들을 조사하였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모더니즘적 도시계획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몸의 지각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방향성을 제시한 도시이론가, 도시경관가, 건축도시이론가, 지리학자에 주목하였다.
시민운동가이면서 도시이론가인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는 전후에 이뤄진 대단위 모더니즘의 도시개발에 저항하며, 일상의 삶이 유지되는 소규모 도시개발을 제안한다. 화가로도 알려진 도시이론가인 고든 컬렌(Gordon Cullen)은 이전의 모더니즘 도시와는 다른 전통 도시공간이 가진 시지각적인 가로경관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도시이론가 케빈 린치(Kevin Lynch)는 도시환경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도시의 이미지를 체화시켜 나가는지 조사하여 도시의 이미지 지도를 통해 도시민들의 지각 패턴을 분석한다. 인본주의 도시지리학자 에드워드 렐프(Edward Relph)는 현대도시의 장소성과 무장소성을 정의하고,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서 진정한 장소와 무장소적인 도시경관에 관한 대안을 제시한다.
건축이론가 폰 마이스(Pierre Von Meiss)는 건축과 공간에서 오브제적인 형태지각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공간지각이나 장소지각을 시지각적인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도시건축가 얀 겔(Jan Gehl)은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인간이 도시에서 어떻게 지각시스템을 발전시켜 왔고 도시 구조물과 공간이 우리의 삶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를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공공 공간 만들기 작업을 실천하며, 시지각을 활성화시키는 1층의 도시가로의 가능성을 강조한다. 건축이론가 유하니 팔라즈마(Juhani Pallasmaa)는 형태 지향적이고 시각중심적인 모더니즘 도시와 건축을 비판하며, 다감각적 지각을 경험할 때 좀 더 체험적인 공간감을 가질 수 있으므로 도시 공간에 감각적 고려를 할 것을 제안한다. 이처럼 몸의 지각성에 대한 이들의 비판과 대안은 건축도시 재생에서 지각적 담론의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본 연구는 몸의 지각과 관련된 메를로-퐁티의 현상학적 지각론과 바슐라르의 이미지론, 지각심리학에서 다루는 생리·심리적 측면의 몸의 지각론을 이론적으로 고찰하였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는 몸의 지각성에 대해 폭넓게 사유한 철학자로, 그는 우리 몸이 일상세계를 어떻게 지각하는지 몸이 중심이 되는 감각론과 공간론으로 생각을 확장한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는 과학철학을 바탕으로 한 철학자이며 문학 비평가로, 객관적 과학이론의 인식론적 방해물로 간주되던 '이미지'와 '상상력'을 과학과는 다른 측면에서 탐구한다. 두 철학자는 현상학 연구의 기초를 제공한 후설 현상학을 수용하여 생활공간이 가진 지각적 가치와 그 너머의 상상력의 세계를 새롭게 인식한다는 점에서 본 연구 주제인 건축도시 재생 사례 분석의 이론적 토대가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메를로-퐁티와 바슐라르가 거시적으로 몸에 대한 현상학적인 철학적 관점을 제시한다면, 지각심리학은 현대 심리학과 뇌 과학을 바탕으로 미시적인 몸의 지각과정을 이해하고 몸의 감각적인 특성을 객관적으로 설명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메를로-퐁티의 지각론, 바슐라르의 이미지론, 지각심리학의 감각론 등 세 가지 영역의 주요 개념들을 살펴보고 연구의 분석틀로 적용하였다.
셋째, 철학과 지각심리학의 관점을 분석틀로 하여 지각적인 관점에서 감각적 물질성과 공간의 시퀀스 등을 주제로 작업하는 예술가와 건축가를 분석하였다.
예술 분야는 평면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각적인 측면에서 평면을 새롭게 사유했던 화가와 3차원 공간에서 몸의 체험적인 속성을 부여하려고 한 설치예술가, 조각가, 영화감독을 분석하였다. 건축 분야는 건축 물성을 강조하거나 공간에서 현상적인 체험을 중요하게 다루는 건축가들에 초점을 두고 분석하였다.
넷째, 철학과 지각심리학의 분석틀을 바탕으로 국내 건축도시 재생 공간 사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였다. 재생된 공간은 자연스러운 도시의 시간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몸은 여러 감각들을 적극적으로 지각할 수 있으며 활발한 감각적 행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건축도시 재생 공간의 분석은 감각적이며 체험적인 공간 구축 논리가 공존하는 재생된 건축물과 도시적인 휴먼스케일의 재생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하였다.
건축재생 사례는 물탱크의 흔적을 감각적으로 재생한 '윤동주 문학관', 옛 공간사옥을 미술관으로 재생한 '아라리오 뮤지엄', 옛 골프장 클럽하우스를 사무실공간과 카페로 재생한 어린이 대공원 '꿈마루', 마을 골목의 구조와 막다른 골목의 주택들을 도서관으로 재생한 '구산동 도서관마을', 공공장소와 보행가로로 재생한 '세운상가'를 분석하였다.
도시재생 사례는 마을 만들기를 통해 재생한 '장수마을', 벽화와 주거 박물관을 이용하여 재생한 '이화동 벽화마을', 수 공간과 오래된 콘크리트와 철재의 흔적으로 강한 지각적 체험을 할 수 있는 폐정수장을 자연공원으로 재생한 '선유도 공원', 다양한 식재를 연속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보행가로로 재생한 '서울로 7017', 산업유산의 보전과 활용 측면을 고려해 콘크리트에 침식된 황토의 물질성과 철판 위로 흐르는 시간의 흔적들을 지각할 수 있게 재생한 '문화비축기지'를 분석하였다.
본 연구는 철학과 심리학 입장에서 몸의 지각성을 정의하고 이를 현대 건축과 예술에서 적용된 사례들을 분석하였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추출된 현상학적 개념들을 구체적인 건축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적용하여 그 효과를 분류하고 확인하였다. 특히 몸의 지각성과 관련된 건축도시 재생 사례를 통해서 과거 흔적의 의미를 앞세워 재생된 도시 공간은 일반적인 공간보다 더 적극적인 몸의 지각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그러므로 본 연구와 유사한 관점을 다른 건축도시 재생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인간중심의 장소성을 드러내는 건축도시 재생을 통하여 '사람을 위한 진정성 있는 장소 만들기'를 실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