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른스트 곰브리치(Ernst Gombrich)가 본인의 저서 서양미술사에서 '미술의 역사는 과거와의 연관 속에서 미래를 암시하는 각 각의 작품으로 끊임없이 구성되고 변화하는 전통의 역사'라는 것을 강조했으며, '19세기 미술의 역사는 용기를 잃지 않고 끝없이 스스로 탐구하며 예전의 것을 비판적으로 담대하게 분석하고 따져 새로운 미술의 가능성을 창조해낸 외로운 미술가들의 역사'라 서술했다.
알폰스 무하(Alphonse Mucha)는 19세기 아르누보(art nouveau)사조를 대표하는 화가이며 장식 미술가이다. 그림. 조각뿐만 아니라 극장 포스터와 보석 디자인, 다양한 실내장식, 패션디자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표현한 그의 다양한 예술 작업(作業)들은 이후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19세기 당시 사진기의 발명과 발전이 이루어져 고전적 의미의 미술이 사진기의 실사(實寫)를 이겨낼 수 없는 치명적 난간 속에서 사실에 가까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유연하고 과장되어 비현실적이지만 아름다움을 강조한 모던그래픽의 개척자로도 불리는 무하(Mucha)의 작품 세계는 보편적 예술이 아닌 다양성을 강조되는 현대에도 많은 사람에게도 감동(感動)을 주었다.
헤어(hair) 기술이 단순히 머리 만짐을 넘어 예술로 승화되어가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거나 직업의 하나로 치부되어오던 헤어아트 분야가 지금처럼 자리매김하고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 무하로 대표되는 아르누보 사조의 십여 년의 짧고 강렬했던 활동과 닮은 점이 많다.
현재 우리가 예술이라고 쓰는 fine arts가 사실 18세기에 등장하였고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수천 년이 넘게 오래되었을 거라고 믿는 보편적 예술의 개념이 수백 년도 되지 않았고, 우리가 예술가 다른 영역이라고 믿는 과학이나 기술이 예술과 나뉘어 분리된 것도 겨우 18세기 중반이다. 예술의 어원이 기술에서 나온 것처럼 생활기술이며 생업을 영위하기 위한 도구였던 헤어(hair) 기술이 아트(ART)로 완전한 자리매김을 하여 보편적 예술로 통용되기 위해서는 미용인(美容人)들의 정확한 예술에 대한 역사 인식과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종래의 예술에 대한 관념을 외면하고 완성된 작품보다는 아이디어나 과정을 예술로 생각하는 새로운 제작 태도를 지향하는 개념미술 (conceptual art. 槪念美術)의 등장은 기존의 미술사조의 틀을 깨는 혁명적 활동이다.
본 연구에서는 무하의 생애와 작품을 고찰하고 작품에 투영(投影)되어 있는 작가의 많은 작품 중 네 개의 보석 연작을 기반으로 이상화 된 작품 속 여성 이미지를 분석하여 헤어아트적 기법으로 재창조하려고 한다. 무하 스타일에 대표적인 작품 네 개의 보석은 강렬한 색과 생생한 선의 리듬이 조화롭게 표현되어 있고, 윤곽선이 강조된 이미지, 전체적 구성과 균형 등이 특징이다. 무하의 19세기 활동 당시에도 보편적 의미의 예술가들에게 그의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진 그의 작품 세계는 논란의 중심이었다.
헤어아트가 전통적 개념으로서는 예술로서 그 자리매김이 아직 미약하지만, 현재 트랜드로 본다면 그 많은 현대 팝아트 장르의 활동 중에 한 분야다. 예술은 고전적 의미의 예술 관념이 혼돈 속에서 재정립되어 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헤어 디자이너 (hair designer)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창조적인 머리형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나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으로 표현되어 있다. 예술은 기술이 원천(源泉)이 되어 모든 분야에서 보는 상대방으로 하여 예술적 공감(共感)과 경외(敬畏)를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 예술이라는 논리가 건축학도 출신에 패션디자이너 버질 아블로(Vergil Abloh)의 성공사례를 보면 이젠 보편적 상식이 되었다.
1920년 우리나라 최초의 미용사 오엽주(吳葉舟)가 서울 화신 백화점에서 미장원을 개업한 지 100년이 넘었다. 시대에 따라 미장원, 미용실, 헤어샵, 등으로 불린 한국의 미용업계와 미용인들은 모두 생활기술이기에 생업을 목적으로 그 활동을 하고 있다. 헤어아트가 알폰스 무하 이후 현재의 활동 중인 아트 분야 중 그 독립적인 예술의 장르가 될 수 있는 이론적 토대와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현재의 미용업계와 헤어 디자이너들의 위상은 보편적 의미의 예술적 가치로 충분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무하가 보석 디자이너이기도 하였기에 그의 많은 작품 중에서 네 개의 보석 연작에서 특별히 그의 작품 세계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작품을 기초로 하여 헤어아트적 기법을 응용한 재창조는 헤어아트의 발전을 위해서 시도할 수 있는 많은 방법론 중의 하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무하의 작품 중 모던그래픽의 개척자로 불리는 특유의 화풍이 잘 표현된 네 개의 보석 연작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조국인 체코와 슬라브 민족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그의 생애를 고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이미지와 선, 색, 자연주의, 등을 표현하려고 한다. 작품 중심에 여인을 놓았으나 여인의 모습은 그가 갖춘 외양의 형태나 얼굴보다 내면의 심리를 의상과 소품으로 발전시킨 그의 작품 세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헤어 디자인적 요소로 재창조하는 과정을 통해 실용(實用)적인 측면과 예술(藝術)적 측면을 충족시키고 헤어디자인 창작 아이디어에 원천을 얻어 예술적 승화(昇華)와 학문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헤어아트로 개발하는 데 목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