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에 있었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은 국민 여론이 둘로 나눠질 만큼 논쟁적이었고 국내 방송 매체들이 정파성을 뚜렷하게 드러냈던 사건이었다. 당시 조국 보도들을 분석한 결과, 공영방송이 여전히 정권의 프레임을 고스란히 부각하는 보도 행태가 사실로 확인되었다. 또 종합편성채널 두 매체는 공영방송과 정 반대의 보수적 이념성을 부각하며 양 극단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이 정파성을 지니지 않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치적 다원주의를 전제한 사회는 오히려 언론 매체마다 각각의 이념성과 정파성을 띄는 것이 오히려 더 건강한 견제와 균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언론 매체가 얼마나 다양한 의견과 견해를 자사의 보도에 반영하느냐는 여부다. 즉 의견 다양성의 문제다. 나폴리는 언론 보도에서 관점과 의견의 다양성이 확보되는 일이 민주주의 가치 실현을 위한 정치적 다원성 확보 및 여론형성에 매우 밀접히 관여한다고 보고 이를 중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내용의 다양성을 다층적으로 접근했다. 보도 주제의 다양성 차원, 취재원의 다양성 차원, 의견 프레임의 다양성 차원에서 보도 다양성을 분석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방송 매체의 외적 다양성과 이념적 지향점까지 파악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각 매체가 정치적으로 논쟁적인 이슈에 대해서 방송 매체 내부에서 다양성을 이루고 있는지, 그리고 매체들의 이념적 지향점이 얼마나 골고루 다양하게 형성 돼 있는지 측정하고자 했다.
두 공영방송과 두 종합편성채널이 조국 국면에서 양 극단에서 이념적 지향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특히 공영방송이 정권의 핵심 인물과 관련하여 친정부적인 이념성을 확연하게 드러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종합편성채널이 조국 국면에서 보수적인 이념성을 확연하게 드러내며 공영방송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MBC는 친정부적 이념성을 띄며 주제, 취재원, 의견 프레임의 전 차원에서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측정됐다는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주제, 취재원, 의견 프레임에서 협소함을 보인 공영방송이 친정부적인 이념성까지 강하게 띈 것은 민주주의의 다양성 차원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다.
또한 종합편성채널 중 MBC와 마찬가지로 TV조선은 보수의 극단에 위치한 이념성을 드러내고 있는데, 검찰개혁의 필요성이나 조국 장관 일가 당사자의 해명 등 진보 진영의 어젠다와 의견에 가장 폐쇄적인 모습을 나타내며 한계를 보였다. 반면 KBS는 MBC보다 중도에 가까운 이념성을 나타내며 조국 장관 일가의 혐의에도 MBC에 비해 적극적인 보도를 하며 내적 다양성을 신장시킨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견 프레임의 다양성 지수는 채널A가 가장 높게 측정됐다. 이는 검찰 개혁의 당위성이라는 진보진영의 강한 의견프레임부터, 현 정권의 수사 방해 프레임이라는 가장 보수적인 의견프레임까지 내적 의견의 다양성을 골고루 보도에 반영했다는 함의가 있다.
매체의 이념성(외적 다양성)과 프레임의 다양성(내적 다양성)을 교차 분석한 결과, 매체별로 내적 다양성 지수의 차이보다 이념적 다양성의 차이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즉 매체가 얼마나 다양한 의견을 보도했느냐는 내적 다양성의 편차보다 매체 간 이념적 지향성의 간극이 더 크게 났다는 의미다. 이는 전체적으로 볼 때 각 매체들이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내적 다양성이 평균에 못 미치는 매체들이 이념적으로도 더 협소하고 치우친 성향을 보인다는 점이었다. 결과적으로 내적 다양성의 문제는 이념성의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가정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는 보다 더 많은 언론 매체의 내적 다양성, 외적 다양성의 교차분석을 통해 향후 추가 검증 해봐야할 문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