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학생들이 공식적으로 역사를 접하는 통로인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서 주류 문화 위주의 일방적 흡수·융합을 넘어서 문화적 공존을 향한 다문화적 인식과 가치관을 함양시킬 수 있는 교과서 서술의 경험과 가능성을 검토하고 바람직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다문화 역사교육의 요구가 갈수록 증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재발견하고 확대된 인식을 담은 새로운 역사 교육과정과 교과서 서술이 필요하다. 2009·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과 이를 반영하여 집필된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한국사 영역에서 귀화인이나 이주민들의 공존 사례에 관한 서술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서술 방안을 다문화적 관점에서 비교·검토하였다.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문화 다양성을 토대로 한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제고시켜 나아가는 작업의 중요성을 환기하고자 한다.
본고는 다문화 역사교육이 요구에 대하여 살펴보고, 2009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과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에서 다문화적 관점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으며 교육과정별로 어떤 변화와 차이를 보였는지를 살펴보았다. 역사 교과서의 관련된 서술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기에 앞서 다문화 역사교육의 중요성과 교육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시대적·사회적 변화와 다문화 교육의 요구가 어떻게 결부되고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역사 교과서의 관련 서술을 검토하는 과정에서는 역사교육과 다문화 교육과의 연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측면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고 각 교육과정의 성격과 목표, 내용 체계와 성취기준에서 다문화와 관련된 진술들을 추출하였다.
다문화 역사교육은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다문화 환경이 심화되고 있는 현 사회에 걸맞은 인식과 태도 함양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본고는 역사교육과 다문화 교육은 목표와 내용 측면에서도 추구하는 바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올바른 역사 이해를 기반으로 하여 정체성을 함양하고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다문화 역사교육이 실행된다면 매우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체계적으로 검토하는 데 주력하였다. 그리고 작업을 통하여 2009·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의 성격과 목표 진술에 대한 비교·검토에서 2015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이 맥락상으로 2009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다문화적 관점이 진전된 부분을 확인하였다. 또한 내용 체계와 성취기준 진술에서도 다문화적 관점의 맥락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각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측면에서 차이가 존재하므로 삭제되거나 새롭게 추가된 진술을 확인하였다.
본문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2009·2015 개정 교육과정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한국사 영역을 대상으로 귀화인·이주민에 대한 서술 내용에 대한 분석이다. 교육과정을 반영한 역사 교과서가 학습량 축소와 다문화 교육을 어떻게 구현시켰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문화적 관점에서 관련 서술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역사 교과서의 시대 구분에 따라 조선 시대, 개항을 전후한 시기부터 8·15 광복 직전까지의 근대, 8·15 광복 이후의 현대 등으로 시대별로 범주화하였다. 그리고 시대 내에서 조선시대는 야인(野人)과 왜인(倭人) 및 양인(洋人)으로, 근대는 화교(華僑)와 일본인 및 서양인 등으로 이주민의 원거주지에 따라 지역별로 하위 범주를 설정했으며, 현대는 국제 결혼자와 외국인 노동자 및 북한 이탈 주민 등으로 현대적 특성에 따라 다문화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별로 하위 범주를 설정하였다. 비교·검토한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야인의 경우 조선 건국에 기여한 활동상을 다루지 않았고, 귀화에 관한 서술이 소략하여 조선의 개방성이 부각되지 않았다. 왜인의 경우 침략 행위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 대외 교류의 다양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양인의 경우 조선 후기의 문화 변동에 영향을 끼친 사례로 박연과 하멜을 서술하였으나, 이 둘의 삶을 조명하여 귀화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키는 서술이 미흡하였다.
둘째, 화교의 경우 외부자로서 조선 상권을 침탈한 청 상인은 강조한 반면에, 이들이 정착한 계기나 과정이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음으로써 다문화적 요소가 추가된 측면을 나타내지 못하였다. 일본인의 경우 한국 사회에 들어온 일본인이 여러 층위를 형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제국주의의 일본인으로 간주함으로써 이분법적이고 대립적인 구도만을 서술하였다. 서양인의 경우 2009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와 2015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의 서술이 차이가 컸는데, 2009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가 서양인의 이름과 업적만을 나열하는 수준이지만 다루는 인물을 비중있게 취급한 데 비해서, 2015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는 관련 내용을 다루지 않아 서술이 대폭 축소되었음을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국제 결혼자와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이들을 다문화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로 다룸으로써 현대 사회의 다양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북한 이탈 주민의 경우 평화 통일을 위한 중요한 존재로 부각하기보다는 탈북 원인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이해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으며, 2015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에서 근·현대사의 대단원을 통폐합함에 따라 관련 내용이 대폭 줄어들었음을 확인하였다.
2009·2015 개정 교육과정 중학교 역사 교과서의 한국사 영역에서 귀화인·이주민에 관한 서술을 분석한 결과, 한국 사회의 다문화적 양상이 오래전부터 존재했으며 다양한 요소들이 새롭게 추가되기도 하고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제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사료된다. 그리고 교육과정에서 다문화적 관점을 지향하고 있지만, 이를 반영한 역사 교과서는 다문화와 관련된 내용을 본문에서 다루기보다는 보충 자료나 탐구 활동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어 다문화적인 내용을 부수적으로 처리하였으므로 서술이 부족하였다. 더욱이 2015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가 2009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하여 다문화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증대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기보다는, 서술에 있어 소극적인 부분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귀화인·이주민에 대한 다문화적 관점의 바람직한 역사 교과서 서술과 관련하여 몇 가지 유의할 측면이 있다. 첫째, 다양한 입장을 반영하는 자료들을 제시하여 관점의 다양성과 해석의 가능성을 접하게 해야 한다. 둘째, 귀화인을 역사 교과서의 서술 소재로 삼아야 하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학습 자료와 탐구 문제를 개발하여야 한다. 셋째,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지역 또는 국가에 대한 다문화적 이해를 함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체와 관련된 학습 내용을 늘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문화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범교과인 다문화 교육이 필수교과로 자리잡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