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사회 공동체의 상호 소통관계를 기반으로 형성된 반응형 예술작업을 통칭하는 '관계 예술' 의 특징을 통해 동시대 장애예술의 현 상황을 분석하고, 창작 공간을 기반으로 장애예술이 관계 예술을 통해 확장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 이를 위해 관계 예술이 형성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사회학적·예술사적 관점과 사회의 다양한 변화와 함께 동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예술 형태인 '관계 예술' 을 니꼴라 부리요의 『관계의 미학』에서 정의하고 있는 특징으로 분석한다. 상호작용의 반응을 중요한 특징으로 채택하고 있는 관계예술의 발전 과정은 사회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장애학과 장애예술의 지향점과 동일하게 나아가고 있다.
관계 예술이 다른 예술 형태와 구분 지어지는 뚜렷한 특징은 예술이 생성될 수 있는 상호작용의 공간, 시간, 주체성의 생산, 능동적 실천 등이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를 반영하고, 인간 대 인간의 상호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니꼴라 부리요는 저서에서 관계예술의 정의를 뒷받침하기 위해 관계 예술 작품 형성과정 배경과 작업 및 프로그램 예시를 보여준다. 관계 예술의 출현하게 된 철학적 배경에는 사회학자 칼 마르크스가 언급한 '틈(interstice)' 에 대한 차용을 설명한다. 그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획일화된 관계 맺음이 아닌 주체성을 가진 상호 관계의 자유로운 교류를 강조하였는데, 니꼴라 부리요는 이를 관계 예술에서 상호 교류의 장으로 명명한다. '틈' 은 상호 교류의 장을 관계 예술을 통해 실현시키며, 다양한 교류가 오고 갈 수 있는 중요한 영역이다. 이는 관계 예술의 이론을 이끌어가는 이론적 지지역할을 하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관계 예술의 특징에 대해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 특징으로 지속적인 만남, 고정된 형식으로 역할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예술가는 참여자로 참여자는 예술가로 다양한 역할과 주체성의 변이를 경험할 수 있다. 다음 특징으로는 물리적 환경에 영향받지 않는 것이다. 관계 예술이 행해지는 곳은 오랫동안 작품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전시장을 벗어나 다양한 곳에서 행해지기도 하며 전시장 밖에서 벌어지던 일이 전시장 안으로 들어오는 작업의 형태도 생성된다. 마지막 특징으로 언급하고 있는 것은 바로 참여자의 능동적 참여이다. 예술을 일방적이며 수동적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예술 작업에 참여함으로써 창작자 이와의 인물이 자율성과 창조성을 발휘 시킨다. 또한 이는 협업 및 공동창작의 토대가 되는 관계 예술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동시대 장애예술도 관계 예술처럼 사회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확장되고 있다. 장애예술에 대한 정의에 앞서 장애에 대한 이해를 위해 변화하고 있는 '장애 모델' 정의와 장애학을 분석하였다. 이번 연구에 앞서 진행한 장애예술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 를 의료적 모델로서 재활을 통해 극복해야 하는 시각을 벗어나 '장애' 를 신체적 불편함이 아닌 특징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장애예술을 마주함으로써 신체적 특징을 활용한 예술로 정의한다. 공동체 문화, 협업관계, 허물어져 가는 장르별 경계는 사회 인식 변화와 함께 빠른 속도로 청년 예술가들 사이에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 발맞춰 최근 장애예술이 특징이 관계 예술의 특징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본 연구는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로 관계 예술 기반의 장애예술 창작활동의 특징에 대한 분석과 창작공간에서 관계미학적 요소들이 형성될 수 있었던 조건에 관한 것이다. 특히 장애예술 창작공간을 통해 관계 예술적 특징들이 발현되고 있는데, 이를 분석하기 위해 한국, 일본, 독일의 대표적인 장애예술 창작공간들의 운영 방식과 관계 예술을 실천하고 있는 프로그램 분석을 통해 동시대 장애예술 및 다양한 국가 정책들을 살펴보았다. 한국은 지역의 출현 기관으로 정부의 정책으로 형성된 공간이고, 일본은 비영리 단체에서 운영하는 공간이며, 독일은 정신과 전문 클리닉 복합 시설로 민간이 재단 복지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설립 형태와 주력하는 관계 예술 프로그램을 비교하여 다양한 장애예술 프로그램의 형태를 살펴보았고, 한국의 장애예술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제언을 통해 관계 예술 관점으로 장애예술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제고해보며 앞서서 살펴본 장애예술 창작 공간 기반의 관계예술 활성화 프로그램을 제안해 본다. 관계 예술 관점의 장애예술 가치는 장애예술의 확장과 가치 확산, 다양성을 위한 창작의 실천, 장애예술과 사회적 가치의 연계로 정리하였다. 이러한 장애예술의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관계예술 활성화 프로그램은 앞서 분석한 국내외 창작공간의 프로그램을 참고로 하였다. 한국에서 장애예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활성화시켜야 할 프로그램은 국내외 장애예술 협업프로그램 활성화로 개별적으로 활동한 장애예술가에게 해외 예술가, 장애예술 관계자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작업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게 한다. 또한 지역 기반 시민 교류 프로그램 활성화로 장애예술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여 장애예술인이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가며 일상 속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 제안은 장애예술 접근성 특화 프로그램 활성화이다. 다양한 장르의 장애예술가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 강화, 배리어프리가 실현된 공간 제공과 접근성 특화 프로그램 활성화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때 네트워크를 위해 다양한 장애예술가들이 꾸준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성 강화 프로그램에는 장애예술 행정 인원 및 시설 전문가의 인원 배치와 확보도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 장애예술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