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영성훈련의 원리와 목적에 관한 연구로서 우리 안에 내재하시며 동시에 모든 것을 초월하시는 하나님을 추구함에 있어서 인간의 능력과 한계적 조건이 어떻게 통합적으로 작용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나님을 추구하되 지식의 대상으로 대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인격으로서 알기를 갈망했던 초기 교부모들은 하나님에 대한 경험적 지식을 추구하였다. 이들은 일찍이 '하나님은 누구신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통해 '우리의 이해를 무한히 초월하시는 분'이심을 통찰하였다. 따라서 이들에게 하나님 추구는 한편으로 전인적 투신을 통한 지극히 적극적인 추구인 동시에 자신의 능력과 노력 넘어 영적 여정을 이끄시는 하나님에 대한 겸손과 순종의 자질이 요구되는 과정이었다. "침묵"으로 대표되는 아포파시스는 상대적으로 정신 능력의 활용에 소극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전인적이고 영속적인 영적 추구를 지속하기 위한 방편으로 마련된 것이다.
반면에 중세 이후 이성의 역할을 중요시하는 기조는 인간이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에 있어서 이성 편향적인 접근을 낳았으며, 영적 추구에 있어서도 인간의 능동적 참여를 수반하는 카타파시스만 강화되는 경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근대 이후 이성주의의 한계를 인식하며 보다 전인적인 차원에서의 영적 추구의 필요성에 제기되었다. 이에 아포파시스의 가치도 재평가 받고, 동시에 그것의 형성을 지향하는 다양한 영성훈련들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카타파시스와 아포파시스를 구분하는 경향은 여전하며, 이러한 이해에 기초한 접근은 영성 훈련을 그 취지에 반하여 부분적으로 알고 실천하는 문제를 낳았다.
본 논문에서는 카타파시스와 아포파시스의 과도한 구분의 토대가 되는 하부 이슈들을 분석하며, 근본적인 차원에서는 통합적 이해와 접근이 필수적인 것을 밝힌다. 인간 전인성 안에서 카타파시스와 아포파시스는 결코 분리될 수 없으며, 영적 여정에 참여하는 인간의 내적 자원과 더불어 초월자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라는 근본적인 조건 안에서 이 둘 사이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고, 오히려 영적 여정 전 과정에서 매우 유기적으로 협력할 따름이다.
그리스도교 영성의 이러한 전인적이고 영속적인 영적 추구의 중심에는 "마음"이 있다. 영성가들은 초기 교부모시대로부터 지금까지 이 마음에 독특한 의미와 기능을 부여하였는데, 그것에는 일반적인 앎의 방편인 "머리"(지성)를 더 깊고 전체적인 차원의 "마음"에 통합시키는 일종의 영적 전략도 포함되어 있다. 이것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것이 "머리에서 가슴으로"라는 경구이며,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영적 마음"의 형성 원리와 실제 수련 방식을 고찰을 통해 카타파시스와 아포파시스의 근본적인 통합의 토대를 고찰한다.
이러한 이해가 중요한 것은 현재 우리가 실천하고 있는 많은 영성 수련들이 본래 이러한 통찰과 원리 하에 고안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수련들이 통합적 이해와 접근의 부재로 본래 의도에 부합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 혹은 정당한 실천적 효율성에 반하는 방식으로 실천되고 있다. 본 논문은 현대 영성작가 혹은 수행가들이 지적하는 이러한 문제들의 실제를 파악하며 통합적 관점에 따라 이해를 교정하고 바른 실천 지침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