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이후 주요 자본 및 시설이 도시에 밀집됨에 따라 도시인구는 급격히 늘어났고 교통의 혼잡을 초래하였으며 대중교통의 필요성과 수요가 증대하였다. 특히 1974년 개통된 서울 지하철은 모든 교통수단 이용률의 40%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교통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속적으로 지하철 노선이 신설되는 추세이며 그 규모와 중요성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지하철은 건설 방법의 특성상 다층 구조의 복잡한 공간 양상을 띈다. 더욱이 여러 노선이 교차하는 환승역의 경우엔 각 노선별 상이한 환경과 이용객 증가에 따른 혼잡성으로 이용에 많은 불편함을 초래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지하철역 내엔 사인, 표지판, 안내도 등 여러 가지 정보 안내체계가 구축되어 있지만 여전히 이용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
본 연구자가 실시한 서울 지하철 이용객 33명의 역내 비상통로 안내체계에 대한 사용자 인식조사 연구 결과, 지하철 안내 체계 중 하나인 역 이용 및 비상대피 안내도는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인지되지 못하고 있으며 잘못된 구성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또한 역 이용 및 비상대피 안내도의 효용성에 대한 연구로 공간구조의 이해 정도에 따라 안내도에서 제공받는 정보의 양이 다름을 알 수 있었으며, 이는 해당 안내도가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정보 표현방식의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지하철에서 통용되는 역 이용 및 비상대피 안내도의 문제점을 도출하고 가상현실 실험을 통해 안내도 상에 표현된 여러 가지 환경 요소 중 어떤 요소가 이용자의 길 찾기 수행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여 해당 안내도의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데 목적을 두며, 차후 연구의 기초자료로서 참고될 것을 기대한다.
본 연구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길 찾기 및 지도 표현에 관련된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안내도 평가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역 이용 및 비상대피 안내도를 분석하여 문제점을 도출하였으며, 안내도 상 환경적 요소와 시각적 요소의 개선 방향을 찾기 위한 실험을 설계했다. 실험 참가자는 여성 36명과 남성 24명으로 총 60명이고 각각 15명씩 대조군, 실험 군 1, 실험 군 2, 실험군 3으로 나누어 무작위 배치하였다. 실험 장소는 서울시립대학교 조형관 701호로 모두 동일한 환경 및 조건 내에서 진행되었다. 실험에 사용된 가상 공간은 단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실제 지하철 역사처럼 벽과 기둥이 많으나 별도의 안내 사인은 포함하지 않는다. 같은 구조의 가상 공간에서 교점과 경로의 관계에 따라 랜드마크의 위치를 다르게 지정하고 수직, 수평으로 배치를 달리하여 어떤 변수가 길 찾기 수행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지 확인했다.
실험 결과는 통계 프로그램 R-studio를 사용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랜드마크의 위치와 배치는 길 찾기 수행능력에 영향을 주며, 수평적 랜드마크가 교점에 위치할 때 길 찾기 수행 능력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는 많은 지하철역 길 찾기 연구에서 다루지 않았던 안내도에 대한 실험 연구로 길 찾기의 기준이 되는 랜드마크와 연결 지어 새로운 길 찾기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다른 연구와의 차별성을 가지며, 랜드마크의 설치 위치와 배치에 따라 이용자의 길 찾기 수행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본 연구에서 분석한 역 이용 및 비상대피 안내도의 문제점을 시지각적 관점에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탐색하고 해당 안내도의 올바른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