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2015 개정 교육과정(2018 고시)에 새롭게 도입된 학습 요소 '정호와 백정' 의 학계 논쟁을 역사학습으로 연장하여 교수·학습에 활용 가능한 논쟁 학습 방안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정호와 백정' 은 최신 학계의 연구 성과가 반영된 것으로 하나의 통설로 정리되지 못한 채 교육과정으로 넘어와 실제 수업 현장에 혼란을 주는 요소로 지적되었다. 본 연구는 '정호와 백정' 이 전근대사 학습량 축소에도 불구하고 신설된 배경과 의의에 주목하였고 이를 역사학습에 구현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정호와 백정' 과 관련한 학계의 논쟁을 짚고 교육과정에 도입된 배경을 분석하였다.
'정호와 백정' 과 관련한 학계의 논쟁은 '정호' 의 범주 설정과 관련한다. '정호' 의 범주를 양인의 지배층 전체로 설정하는 측과 양인의 지배층과 피지배층 사이에 존재한 계층으로 범주를 설정하는 측으로 나뉜다. 이러한 학계의 논쟁 지점은 곧 현행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서술의 편차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학계 논쟁이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정호와 백정' 이 학습 요소로 반영된 연유는 고려시대 다원적 사회 구조와 사회적 특성을 보여주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정호와 백정' 의 신분 상승 가능성은 고려 양인 내의 계층 분화를 보여준다. 이는 혈통을 근간으로 신분을 제약받았던 고대 신라 사회보다 고려 사회가 개방적이고 유연하게 신분제를 운영했음을 드러내는 지점이다. 또한, 종래에 사용한 의미가 모호한 '중간계층' 과 같은 계층용어를 '정호' 로 대체할 필요가 있었다.
학계 연구 추이를 검토한 결과로 '정호의 범주와 특성' 을 교육과정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정호' 용어 및 개념 유무' 와 '고려 사회 구조적 특성' 을 교과서 분석 기준으로 설정하였다. 추가로 교과서가 '정호와 백정' 의 학계 논쟁을 의식해 서술하고 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정호' 를 주제로 한 논쟁 가능성' 을 분석 기준으로 설정하였다. 설정한 분석 기준 4가지는 '정호와 백정' 을 고려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학습 요소로서 교과서 서술상에서 적절히 구현하고 있는가를 검토하기 위함이다. 이를 중심으로 현행 9종 고등학교 『한국사』 서술을 검토한 결과, 9종 모두 '정호와 백정' 서술 양상이 적절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미진한 교과서 서술을 보완하고 '정호와 백정' 의 신설 목적과 학습 효과를 살려 학습 방안으로 구현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가 개발한 ''정호와 백정' 쟁점을 활용한 논쟁 학습 방안' 은 사료를 기반으로 한 당대의 역사상과 논쟁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해석이 결합한 방식이다. '쟁점 인식 - 사료 읽기 - '역사가의 논쟁' 참여 - 견해 공유 - 중심 질문 해결' 단계를 취한다. 쟁점 인식 단계에서는 상반된 교과서 서술을 통해 '정호와 백정' 의 논쟁 쟁점을 인식하고 사료 읽기 단계에서는 백정에서 정호가 된 손순흥의 사료를 독해하며 당대의 역사상 속에서 자신의 견해를 정립한다. 교과서 서술상의 차이를 역사가의 해석에서 다시금 확인하며 역사가의 논쟁에 참여한다. 이러한 학습 활동은 하나의 역사적 사실, 개념을 다각도에서 해석하고 근거를 기반으로 자신의 견해를 논리적으로 정립해가는 과정을 경험하도록 한다. 나아가 역사적 사실의 담론적 특성과 역사학의 특성인 '논쟁성' 을 이해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