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유행, 즉 과거의 모습이 '레트로', '뉴트로', '빈트로'라는 이름으로 모습이 조금씩 바뀌며 지속되고 있다. 그것은 대중문화로부터 시작해 의식주 깊은 곳까지 들어왔는데 '과거의 것이 유행 한다'는 말만으로는 관련 현상에 대한 설명이 충분치 않아 보인다. 고도 성장시대에 반짝이며 세련된 것이 아닌 오랜 세월의 시간성이 느껴지는 '퇴색한' '과거'를 소비하는 현상을 고찰해보니, 그 중심에 잃어버린 고향과 지나간 것을 그리워하는 감정, 즉 '노스탤지어'가 있다. 본 연구는 노스탤지어의 주된 소비자가 해당 과거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라는 점에서, 경험하지 않은 과거의 것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은 무엇인지, 노스탤지어 공간 속에서 향유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본 연구는 근래 지속되고 있는 '복고 경향'으로 일컬어지는 공간들이 근본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이 있으며 그것이 노스탤지어임을 밝힌다. 지나간 것, 마음 붙일 수 있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라는 감정은 무엇이고 어떻게 디자인되고 경험되는지 탐색하는 것이다. 특히 동시대의 소비 공간 중 소규모 카페를 사례로 연구하고, 나아가 경험했던 추억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면 왜 그런 경험을 소비하는지, 그것들에 대한 디자인의 역할은 무엇인지 탐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노스탤지어가 그리워하는 대상은 궁극적으로 잃어버린 고향이다. 2장에서는 고향의 의미와 노스탤지어로 이끄는 고향 상실의 개념을 추적하며, 현대 대도시의 삶과 경험한 적 없는 과거로부터의 노스탤지어를 추구하는 여정을 인문·사회학적으로 고찰한다. 3장에서는 노스탤지어 공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로, 노스탤지어라는 감정이 어떻게 표현될 수 있는지 현대 문화와 예술과 소비 공간 속에서 살펴본다. 이후 노스탤지어 공간의 표현과 미적 경험 특성을 도출한다. 이 때 단순한 '복고'의 경향을 넘어 훨씬 다양한 디자인 양상에 대해 탐구하게 된다. 4장에서는 3장을 바탕으로 사례를 분석한다. 대상은 서울 소재, 300m²이하, 대형 자본이 개입되지 않은 소규모 개인카페로 한다. 직접 방문 조사 하고, SNS를 통해 생생한 경험과 후기들을 수집한 뒤 본 연구자의 시선으로 해석한다. 5장은 결론이다.
노스탤지어 공간은 현대인에게서 상실되고 은폐된 것들을 되살리는 형식으로 나타났는데 다음과 같은 특성으로 도출되었다. 첫째, 낡고 사라져 가는 것들의 부활로 그로 인한 폐허의 미적 경험을 하게 한다. 둘째, 세련되고 특별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일상적이거나 하찮은 것들의 세계를 그려 보인다. 셋째, 쓸모없고 불결한 것들을 재영토화하여 은폐된 것들의 본질과 가치에 대해 사유하게 한다. 넷째, 현시대와 동떨어진, 시간을 초월한 듯한 공간을 표현하기도 한다. 다섯째, 전통의 오브제를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활용하여 과거에 대한 호기심과 그리움을 자아내고 현시대에서 경험할 수 없는 생경한 경험을 하게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일상적 차원의 균열의 틈, 혹은 경계 바깥에서 돌출함과 동시에, 경험적 세계를 넘어 상상의 세계로 초대하며 미처 탐구되지 않은 헤테로토포스(Hetero Topos)를 조우하게 한다.
고향을 상실한 한편 모든 결속에서 벗어나 개인화된 현대인은 진보라는 이름의 가속화된 시간성 속에서 불안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불안의식은 안전을 갈망하게 한다. 즉 안전한 고향을 잃어버렸지만, 우리는 여전히 고향을 필요로 하며 그에 대해 그리움을 느끼게 된다. 노스탤지어 공간으로 향하는 것은 고향을 그리워하고 부단히 찾아 나서는 것으로 자신의 안전망을 주체적으로 탐구하는 길이다. 공간 속에서 디자인을 통해 경험되는 노스탤지어는 항거할 수 없는 현대적 시간성을 넘어 인간의 본원적 욕망을 형상화함으로 고단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로부터 해방되게 한다. 그뿐 아니라 상실한 것, 그리고 자신이 진정 그리워하는 것을 발견하게 하는 동력이 된다. 그곳은 환상의 공간이자 미래를 향한 그리움과 꿈의 공간인 것이다.
그동안 과거에 대한 향유가 표현된 공간은 시간상으로 가까운 과거로의 '복고(復古)'에 한정하여 연구되어 왔다. 본 연구는 근래 지속되고 있는 '복고 경향'으로 일컬어지는 공간들이 근본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이 노스탤지어라는 것을 밝히고, 노스탤지어에 대해 학제적으로 연구하는 한편, 그 경향이 단순한 '복고'뿐 아니라 다양한 표현특성으로 나타남에 대해 밝혔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나아가 복고의 경향에서도 그것을 향유하는 세대가 해당 과거를 경험하지 못했던 세대인 것에 착안하여, '경험하지 못한 노스탤지어'를 공간 속에서 풀이함으로 작금의 경향이 단순히 '새롭고 독특한 것'을 추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밝혔다.
본 연구는 서울의 소규모 카페 공간에 한정하여 연구한 것인데 그러한 만큼 본 연구에서 밝힌 노스탤지어 공간의 특성이 절대적이고, 모든 것을 빠뜨림 없이 설명했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노스탤지어 공간은 계속해서 차이와 개성을 더하고 경계 밖으로 분화해가며 생성되고 있다. 앞으로도 고정불변하며 절대적이고 총체적인 설명은 어려운 주제이리라. 그럼에도 고향을 되찾지 못하는 한, 이 주제는 향후 다양한 공간 속에서도 연구되어 현대인이 추구하는, 혹은 그리워하는 공간 속 디자인과 미적경험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더 깊이 탐구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