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그간 진행된 바 없었던 한국 국립공원 제도 도입 과정에 관한 국내외의 역사적 사실을 조사 분석하여 도입 55년째를 맞이한 국립공원 제도 도입 과정을 체계화하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데 목적이 있다. 지금까지 제도 도입과 관련하여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발간한 「국립공원 30년사」의 내용이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1958년 지리산지역에 대한 생태계조사가 진행되었고 1964년 당시 전남 구례군민과 연하반이 지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지역 국회의원들을 앞세워 건설부에 국립공원 지정 청원을 하게 되었고 1967년 3월 공원법이 마련되고 같은 해 12월 지리산을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공식적으로 제도가 도입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을 발간할 당시는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고 국내적으로는 전자정부 구현이나 정보공개 의무화가 시행되기 전이라서 충분한 자료를 수집하여 작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최근의 정보화의 진전은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연구여건이 충분하게 마련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를 통해서 「국립공원 30년사」나 20년뒤 수정 보완하여 다시 발간된 「국립공원 50년사」의 내용적 오류나 잘못된 기술은 없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서 1998년 당시에는 미처 확인할 수 없었던 국립공원 관련 국제적 동향이나 국내 사건을 추가로 밝혀낼 수 있었다.
연구 결과, 한국 국립공원 제도 도입에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국제연합(UN)의 결의였다. 1959년 UN경제사회이사회 총회 결의를 통해서 각국은 국립공원 지정 목록을 제출토록 요구받았으며 미처 도입하지 않은 국가들도 IUCN의 도움을 받아 조속히 국립공원 제도를 도입하도록 권고 받았다. 박정희와 존슨 대통령간의 한미 정상회담 결과의 일환으로 1966년 한국을 방문한 미(美)대통령 과학자문단 중에 미국 국립공원청 아태국장인 조지 룰(George C. Ruhle) 박사가 약 2개월간 한국의 명승지를 두루 다녀보고 한국정부와 IUCN본부에 국립공원 지정을 위한 자문보고서 「Advisory Report on NATIONAL PARKS AND RESERVES FOR THE REPUBLIC OF KOREA 1966)」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한편 국내적으로는 1963년 사직공원용지 부정불하사건과 1964년 지리산 도벌사건이 발생하면서 공원법 제정 촉구 여론이 무르익었고 1967년 3월 공원법이 제정되어 그 해 12월 지리산을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면서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도 국립공원 제도가 도입되었다. 또한 1960년대 월남전을 둘러싼 한미간의 군사적 동맹관계는 국립공원 제도 도입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1969년 닉슨 독트린 발표로 인해 조성된 한미간 긴장관계는 초기 국립공원 지정 확산에 영향을 주었음이 확인됐다.
시사점으로는 현행 국립공원시스템은 국제기구(IUCN)가 자문보고서를 통해 제안했던 내용을 상당 부분 반영하지 못한채 55년이 흘러왔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1960년대 도입한 국립공원 시스템을 2022년 현재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의 부유한 나라가 된 만큼 이제라도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변화에 맞춰, 또 다른 국립공원 미래 50년을 대비하는 탄탄하고 강력한 국립공원 제도로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