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논문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개혁주의 신학사상 안에서 기독교 철학이 어떻게 자리매김되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관한 대답이다. 논자는, 이 물음을 더욱 구체적으로 다루기 위해, 대표적인 기독교 철학자라고 할 수 있는 도예베르트의 기독교 철학을 비평적으로 논의하였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도예베르트 기독교 철학의 주제 의식은 오히려 단순하다고 볼 수 있다. 즉, 도예베르트는 인간의 이론적 사유는 종교적인 기초를 가지고 있으므로, 모든 이론적인 사상체계들은 종교성을 통해 이해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이론적 사상체계들이 아무리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형식을 가지고서 제시된다 하더라도, 그것의 깊은 본질의 차원에서는 항상 종교적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론적 사상체계들을 단지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오류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도예베르트는 참된 기원으로서의 근원인 아르케, 곧 하나님을 상정하지 않고서 성립한 모든 이론적 사상체계들은 각종 주의들이나 우상들에 불과한 것임을 밝혀낸다. 그런데 도예베르트는, 다양한 이론적 사상체계들 가운데서, 인간의 자율성이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주장된 사상체계가 칸트의 초월철학이라고 강조한다. 칸트는 하나님을 전제하지 않고서도, 인간 안에 놓인 자율적인 이성을 통해 완전한 진리적 사상체계를 구성해 낼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칸트 초월철학에 대해 도예베르트는 그것이 이율배반적인 모순을 가지고 있음을 논증해 나간다. 곧, 도예베르트는 초월철학이 최종적으로는 결코 근거지워질 수 없다는 점을 논구한 것이다. 결국, 도예베르트는 이러한 초월철학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우주법이념의 사상체계와 종교적 근본동인에 관한 사상체계를 정립한다. 그러나 논자는 칸트 초월철학을 넘어서고 있는 도예베르트의 기독교 철학이 비판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도예베르트 기독교 철학은 객관적으로 계시된 성경말씀으로부터 이탈하고자 하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논자는, 도예베르트가 칸트 초월철학을 비판하다가 오히려 인간의 자율성에 함몰된 것은 아닌지 엄밀하게 검토하고, 대안적인 사유를 제출하였다. 단적으로 말해서, 개혁주의 신학사상에서 기독교 철학은 오직 하나님과 계시된 성경말씀에 기초하여 성립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