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의 목표는 누가-행전에 나타난 성령의 의의(意義)와 특징을 밝히는 데 있다. 누가-행전의 성령론에 대해, 오순절 진영과 비오순절 진영의 주장은 서로 충돌한다. 오순절 진영을 대표하는 멘지즈는 누가의 성령을 구원과 관계없는 부차적인 은혜, 즉, 선교사역을 위한 '영감 된 언변'으로만 이해한다. 비오순절 진영의 던은 이러한 오순절 진영의 주장을 적극 반대하면서, 누가의 성령을 구원과 윤리의 측면에서 설명한다. 한편 터너는 두진영의 주장을 통합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도, 양 진영의 주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다. 필자는 누가-행전의 성령을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를 검토하고, 이를 통해 내려진 결론이 양 진영의 주장을 수렴하고 통합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누가-행전이 상당한 수준으로 구약성경을 사용하고 있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누가-행전의 성령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구약성경의 성령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누가-행전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모세오경, 이사야서, 요엘서의 이해는 이 연구를 위해 필수적이다. 다시 말하면, 이 논문은 성경신학적 방법을 통해서 구약의 성령과 누가-행전 성령의 연속성을 확인하고 있으며, 누가-행전의 구약 사용에 대한 이해를 통해 누가의 성령론을 파악하고자 한다. 또한 제2성전기 유대 문헌 연구를 통해 누가-행전 성령의 공시적 측면도 들여다본다.
모세오경의 성령은 창조와 구원의 영으로 등장한다. 창조 기사, 홍수 내러티브, 노아 언약, 그리고 시내산 언약은 언어, 구조, 그리고 주제 면에서 상당한 병행을 보여주는데, 이 본문들에 나타난 성령은 '언약과 증거'를 위한 하나님의 영이다.
이사야서의 성령은 시내산 언약을 반영하면서 언약의 회복과 완성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영으로 그려진다. 성령은 여호와의 종인 메시아 위에 임해서 언약의 대표자가 되게 한다. 성령은 언약의 대표자인 여호와의 종을 통해 언약을 회복시키고, 이스라엘이 참된 여호와의 증인이 되게 만든다. 즉, 이사야서는 성령이 부어질 때 깨어진 언약은 회복되고 이스라엘은 여호와의 참된 증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성령의 임재는 이스라엘이 겪고 있는 언약적 저주 맹세의 결과를 역전시켜서 새로운 창조를 가능하게 한다. 요엘서는 이 일을 위해 여호와께서 만민에게 그의 영을 부으실 것을 언급한다. 특히, 요엘서 메시지 전체는 '언약'을 가리키고 있었으며, 성령이 부어질 때, 언약의 회복이 시온(예루살렘)에서 시작될 것을 언급한다.
제2성전기 유대 문헌들은 성령 이해에 대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구약 외경과 위경의 몇몇 작품들은 성령을 구원과 생명의 수여자로 기술하면서, 성령을 통한 언약회복에 대해 상당한 기대감을 보여준다. 또한 사해문헌의 성령은 '언약'과 긴밀히 연결되지만, 그들만의 독점적이고 폐쇄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요세푸스는 성령을 예언과 가장 긴밀히 연결시키며, 필로는 성령을 철학적 로고스로 이해한다.
누가복음의 성령 본문은 주제와 문맥 그리고 구성의 측면에서 구약의 성령 본문과 상당한 유사성과 병행이 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하면, 누가복음의 성령은 창조 언약과 시 내산 언약과 연결되며, 언약의 회복과 성취를 말하는 이사야서의 성령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특히, 누가는 오직 예수님만이 하나님의 언약에 대한 충성과 순종을 보여주시는 참 이스라엘이라고 하는 사실과 성령은 옛 이스라엘이 실패한 언약을 새로운 언약의 중재이신 예수님을 통해 새롭게 갱신하시고 완성하실 것임을 강조한다.
사도행전의 성령도 구약성경과 누가복음 성령의 연속이다.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은 시내산 언약 체결과 상당한 병행을 이룬다. 즉, 오순절에 강림한 성령은 시내산 언약을 갱신하고, 예수께서 세우신 새 언약을 증거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성령은 제자들을 새 언약으로 들어오게 하고, 그들이 그 언약의 증인 되게 하는 능력을 부여한다. 성령은 제자들의 눈을 여셔서 땅끝까지 이 복음(새 언약)을 증언하게 한다. 오순절 성령강림은 구약성경에 있는 언약들의 회복과 갱신을 보여주며, 그리스도를 통한 새 언약의 시작을 증거하는 하나님의 '선물'이다.
정리하면, 누가-행전의 성령은'언약과 증거'를 위한 하나님의 영이다. 언약과 증거는 분리될 수 없으며, 성령은 이 둘을 연결한다. 필자가 보기에, 오순절 진영의 멘지즈는 하나님 구원의 큰 그림인 '언약'을 배제하고, 단순히'증거'의 측면인 '영감된 언변'만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비오순절 진영의 던과 터너는 '언약'과 '증거'의 관계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서 성령을 구원과 연결시키려고 한다. 누가-행전의 성령을 '언약과 증거'의 관점으로 이해하는 것은 누가의 성령론에 대한 가장 적절한 접근이며, 양 진영의 의견을 수렴하고 통합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