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 중거리핵전력, 이하 INF)는 군사적 무기 혹은 전력 자체를 의미한다. INF는 미·소, 미·중 간의 패권 경쟁에서 국제체제의 변동을 일으킨 군사적 레버리지이다. 본 논문은 INF로 인해 발생된 INF 조약의 성립과 폐기과정을 분석함으로써 INF가 국제체제의 변동에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규명하였다. INF 조약의 성립과 폐기가 INF라는 단일체계의 무기로 인해 발생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제체제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중거리 미사일과 관련된 INF 조약은 국제체제의 구조적 전환과 크게 연관되어 있다. 한편, 현재 강대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패권경쟁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강화는 한국에 영향을 주고 있다. 2022년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는 수세에 몰리자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고, 2022년 12월 우크라이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미국으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았다. 그만큼 현대전에서 미사일이 중요한 무기체계이다. 특히 미사일은 핵투발 수단으로 상대국을 위협하는 데 효과적이다.
본 연구는 INF 조약이 성립된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탈냉전의 국제체제와 2019년 INF 조약 폐기와 직결된 최근의 신냉전으로 전개되어가는 국제체제를 분석함으로써 INF가 국제체제 변동의 군사적 레버리지임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하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국제정세 변동에 대한 역학(Dynamics)을 복합적으로 이해하고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모색했다. 냉전 당시 INF는 유럽지역의 힘의 변동을 좌우했던 무기체계였다. 소련이 미국과 맺은 SALT 협상을 이용하여 동유럽 지역에 SS-20 개발하고 배치함으로써 힘의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에 NATO는 대응전략으로 '이중결정'을 채택하고 SS-20을 능가하는 미국의 INF를 서유럽 국가에 배치하여 국면의 전환을 가져왔다. 1987년 12월 초 미·소 간의 INF 폐기 협정 체결은 국가 체질 변화를 도모한 소련 고르바초프 정권의 1985년 신사고 외교와 미국 레이건 행정부의 대소 강경정책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 조약의 체결을 계기로 동서진영 간의 긴장이 완화되고 소련의 몰락까지 이어지면서 미·소 간의 냉전체제가 끝나고 새로운 국제체제가 형성되었다. 따라서 INF 조약이 체결된 시점을 냉전 종식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탈냉전 이후 국제질서는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로 개편되었으나 인종, 종교, 환경, 테러 등 각종 문제가 나타났다. 특히 미국은 2001년 9월 11일 테러를 당하자 배후세력을 응징하기 위해 중동지역에 대한 개입이 본격화되었다. 이에 따라 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약해지면서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중국은 2010년 G2 국가로 부상하였다. 중국은 경제적 위상을 토대로 국제사회로의 영향력을 확대했고, 특히 아·태지역에서의 지위회복에 집중하면서 군사력을 강화하였다. 중국은 지역 내 미군의 접근을 거부하기 위한 A2/AD 전략의 목적 달성을 위해 해·공군력을 현대화하고 중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을 크게 증강하였다. 중국은 1970년대 중·소 분쟁 이후 미·중 협조관계에서 자유주의 시장경제 질서에 편승하여 경제성장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미·소 간 INF 조약에 따른 전력의 공백을 이용하여 중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킨 최대 수혜국이다. 이렇게 증강된 군사 수단으로 중국은 대미 패권도전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의 패권화에 따라 아시아로 관심을 돌리고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군사적 도전을 심각한 국제정치적 위협으로 보았고, 특히 중국의 INF 증강을 매우 중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미국은 2018년 10월 20일 INF 조약 폐기를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19년 8월 2일부로 파기하였다. 하지만 2018년 10월 22일 중국의 INF 조약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으로 존 볼턴 외교안보보좌관을 모스크바에 파견하기도 하였다. 하여튼 미국이든 러시아든 목적은 중국의 중거리 탄도·핵미사일을 폐기하거나 제압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신냉전의 전개는 경제적인 경쟁을 넘어 군사적 경쟁으로 진행되면서 체제 대결로 변모하였다. INF 조약의 성립과 폐기에 포함된 중거리핵전력(지상배치 핵미사일)은 탈냉전과 신냉전으로 치닫는 국제체제 변동에 작용한 군사적 레버리지였다. 따라서 국제체제의 변동과 관련하여 INF 조약의 성립은 탈냉전의 시작점이며, 조약의 폐기된 시점은 신냉전 전개의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자유주의 국가와 권위주의 국가(중국, 러시아, 북한 등) 간의 연대가 강화되고,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두 개의 가치 체제로 분리되어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도 더욱 뚜렷해졌다.
이러한 국제정세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주요 해안에 배치된 중국의 중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은 한반도를 사정거리에 두고 있다. 또한 중국은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내키지 않지만 관망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INF 조약 폐기를 결정한 것은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겨냥하는 동시에 김정은 세습 이후 북한의 핵실험과 핵미사일 증강에 대해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보고 견제하고 있으나, 고립주의를 추구한 전 행정부와는 달리 동맹의 강화 및 다자주의를 기조로 중국을 견제하였다. 한국이 중국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미·소 간의 INF 경쟁에서 보듯이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핵을 보유하여 억제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고 주변국의 핵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선 한미 연합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하여 한미 연합작전 수준이 상시 유지되도록 하고 한미 상호 간의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 이와 함께 한국군의 독자적인 역량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즉 한미동맹의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맞춤형 확장억제력을 확고히 하고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더욱 촘촘한 방어망으로 조기에 구축하여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