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백제 한성기 횡혈식석실분의 시·공간적 분포특성을 도출해내고, 그 특성에 어떠한 역사성이 내포되어 있는지 한성기 지방지배와 관련지어 해석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하여 우선 한성기 횡혈식석실분의 구조 속성을 분석하여 평면 형태, 동장기법의 적용 여부, 연도위치의 조합에 따라 5가지 형식으로 분류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형식별 편년과 단계를 설정하여 횡혈식석실분의 변화 과정을 파악하였다.
한성기 횡혈식석실분은 속성의 호환이 이루어지는 5세기를 기준으로 그 전·후를 구분하여 단계를 설정할 수 있다. 1단계는 방형 석실에 직선형 벽만 확인되고, 장방형 석실은 동장형 벽만 확인된다. 2단계는 1단계의 형식이 이어지는 가운데 방형 석실에서도 동장형 벽이, 장방형 석실에서도 직선형 벽이 확인된다.
1단계의 횡혈식석실분은 도성 주변과 경기지역의 거점에 확인된다. 2-1단계는 경기지역 각지와 충청내륙의 거점지역에, 2-2단계는 충청내륙 각지에 대규모로 확산되고 금강 중·하류역을 따라 밀집 분포하는 양상이 파악된다. 이러한 횡혈식석실분의 단계별 분포양상은 백제 세력이 마한 권역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지방지배 과정과 밀접하게 연동된다.
다음으로 횡혈식석실분의 분포특성을 밝혀내기 위하여 횡혈식석실분과 마한묘제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횡혈식석실분은 마한묘제 중 적석분구묘 분포권에 거의 확인되지 않는 반면, 성토분구묘와 주구토광묘 분포권에서 주로 확인되며 그중 주구토광묘 분포권에서 분포 밀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방지배의 표지자료로 이해되는 횡혈식석실분의 이러한 분포양상은 백제가 고대국가로 성장하며 세력을 확장해 가는 과정에서 마한 단계의 권역별로 서로 다른 지배방식을 적용하였음을 의미한다. 즉, 백제는 자신들의 기층문화와 이질적인 한계문화권에서는 횡혈식석실분을 집중적으로 확산시켜 지방지배를 관철시키고자 하였고 반면, 자신들과 동질적인 예계문화권은 종족구성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공통적인 집단의식이 형성되어 있었으므로 굳이 횡혈식석실분을 확산시킬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또 다른 한성기 지방지배의 표지자료인 위세품과 관방시설의 분포가 횡혈식석실분의 분포와 일치하는 것을 통해서도 더욱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기층문화가 이질적인 한계문화권의 지역에서 횡혈식석실분을 확산시킨 후 재지묘제를 단절시키기거나 혹은 함께 공존시키기도 하고, 예계문화권처럼 재지묘제를 존중하면서도 위세품을 사여하여 간접지배를 실시하는 등 지배방식의 양상이 일률적이지 않았다. 이는 백제가 큰 틀에서 종족구성 및 기층문화의 동질성과 이질성을 바탕으로 횡혈식석실분의 사용 규제를 통해 지방지배를 관철시키는 한편, 세부적으로 각 지방사회의 사회적·정치적 상황과 연동하여 그에 적합한 지배방식을 적용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은 지방지배 방식에는 중앙에 의한 묘제의 규제와 차별화, 지방의 중앙묘제 모방 욕구 이용, 재지묘제 존중을 통한 지지기반 확보의 3가지 전략이 복합적으로 적용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통해 백제는 예계문화권의 지지기반을 토대로 예계문화권은 물론 성토분구묘권 등 전 지역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백제 영역화를 진행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듦으로써 에너지를 절감·비축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백제는 마한 목지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여 고대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