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늘날 교회가 지녀야 할 태도를 '형제애의 회복'으로 제시한다. 현 시대가 마주한 난민 문제와 개인주의를 비롯한 사회적 현상 앞에서 교회는 물리적 근접성을 뛰어넘어 참된 형제애를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은 회칙 『모든 형제들』을 통해 형제애를 이루기 위한 자세로서 '모든 이를 구원하려는 하느님 생명의 근원을 인식해야 함'을 제시한다(85항).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복음서, 특별히 마태오 복음에서 모든 이를 구원하려는 하느님을 인식하는 데 걸림돌을 마주한다. 10장에서는 예수의 구원 사명이 다른 민족들에게는 허용되지 않고 오직 이스라엘 민족에게만 있음을 명시한다(10,5). 반면 28장에서는 예수의 구원 사명이 모든 민족으로 변화된다(28,19).
이에 따라 본고의 목적은 양립될 수 없어 보이는 구원 사명의 두명제 앞에서 독자는 어떠한 관계를 구성하고, 그 관계 안에서 구원으로부터 시작되는 예수 그리스도의 희망 메시지를 찾아가는 것에있다. 특별히 논자는 마태 15,21-28이 지닌 두 가지 어려움에 주목하였다. 첫째, 그리스도인은 유다인인 예수가 이방인인 가나안 여인에게 베푼 구원 장면을 바라보며 10장과 28장 사이에서 전개되는 예수의 구원 사명의 모호한 주제에서 기원하는 어려움이다. 둘째, 치유를 원하는 이를 향해 침묵하는 예수의 모습(15,23)과 가나안 여인을 경멸스러운 단어인 '강아지'라고 표현하는(15,26) 예수 그리스도의 흔치 않은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복음서의 의도대로 성경을 독서하는 내포 독자와 달리 실제 독자는 저자의 의도대로가 아니라 독자 자신의 경험과 관점을 기반으로 성경을 독서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본문이 지닌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실제 독자의 명확한 관점에서 본문을 해석하는 독자 반응 비평을 선택하여 본문을 분석하였다.
우선 논자는 본문을 분석하는 독자를 10장과 28장의 관계를 확장으로 기대하는 독자로 설정하였다. 그 관점에서 본문이 속한 문맥안에서 공통된 전개 방식이 두드러짐을 발견하였다. '적대감-물러남-예수의 치유와 기적 행동'의 전개 방식이다. 적대자의 등장(14,1-12; 15,1-20; 16,1)은 예수를 물러나게 만들고(14,13; 15,21;16,4), 물러남의 결과는 필연적으로 기적과 치유와 같은 예수의 활동을 야기했다(14,13-21; 15,21-28; 16,5-12). 적대자로 묘사되는 유다인(바리사이와 사두가이)으로부터의 물러남은 유다인과 함께 이방인도 함께 치유하는 예수의 모습을 전하고(15,21-28; 32-39), 이 전개 방식은 베드로 위에 교회를 세우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하느님 나라는 이렇게 유다인과 이방인이 함께 치유받는 교회를 향해 확장된다.
이러한 문맥 안에서 연구 본문은 특별한 구도를 담고 있다. 성경을 읽는 실제 독자의 움직임을 통해 본문이 '유다인과 이방인 사이의 구도'를 담고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본문은 독자를 그 구도에서 해결되지 않은 '무엇'을 탐구하도록 안내했다. 그리고 가나안 여인의 입에서 유다인의 메시아의 고백이 아닌, 유다인과 같은 식탁을 공유하는 이방인의 메시아의 고백이 등장했을 때 구원의 확장에 참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마태오는 '자신의 구원자'를 고백했을 때 비로소 이방인이 구원의 확장에 참여할 수 있음을 선포함으로써 독자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자신의 구원자로 고백하도록 이끌었다. 연구 본문은 확장되어가는 구원의 과정 안에서 참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모든 이를 구원하려는 하느님 생명의 근원을 인식하는 것'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유다인과 이방인 사이의 관계에서 펼쳐지지 않을 것 같았던 희망의 메시지는 '자신의 구원자를 향한 믿음 고백'을 통해서 발견된다. 나아가 마태오 복음을 통해 도출된 구원의 인식은 형제애가 위협받고 결단하기 어려움을 느끼는 오늘날에 의미를 전해준다. 독자는 독서 과정을 통해 나의 하느님을 고백하고 그 고백으로 자신을 구원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체험한다. 또한 믿음을 고백하기 위해 시험하고 교육하며 구원으로 안내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끄심 방법을 체득한다. 독자는 그 방법에 동참하며 자신의 사랑을 체험하고 형제애적 삶을 살아간다.
형제애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에게 베풀어진 구원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그 희망의 마음으로 형제애적 삶을 살아가며 복음의 기쁨을 전할 수 있다. 독자는 성경을 통해 성경의 세계를, 성경의 고백을 자신의 세계로, 자신의 고백으로 환원시키고 이로 인해 형제애적 삶을 살아가기 위한, 결단하기 위한 힘을 얻게 된다. 성경의 고백을 자신의 세계로 살아가는 독자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고백하면서 아름다운 사랑에 머물며 걸어가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