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헌법도 인간이 의도적으로 창출해 낸 문화적 소산이고 그러한 문화적 소산을 인간은 교육을 통해 계속해서 형성·유지·발전·계승시켜나가고 있으나, 역사적으로 보면 국가와 문화의 관계는 시대에 따라 국가에 종속되기도 하고, 특정 계급과 이데올로기의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하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종교와 절대왕정에 봉사하던 문화가 15세기 이후에는 국가로부터의 자유(Staatsfreiheit der Kunst)를 주장하였고, 20세기에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문화를 보급해 줄 것을 요구하는 문화국가(Kulturstaat)주의를 거쳐, 21세기에는 문화국가원리가 국가목적규정(Staatszielbestimmnug)인 동시에, 국민이 국가에게 문화조성권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債權(droit cr!2eaance)개념으로까지 자리잡게 되었다. 나아가 국제적으로는 문화주권(Souverainet!2ea cuturelle)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면서 문화적 기본권(droit !2ag la culture)이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라는 차원에서 주창되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의 시대라고 하는 21세기를 맞아 지방자치단체가 해야 할 역할과 책무는 과연 무엇인가?
본고는 이에 관한 기존의 국내연구가 미흡한 점을 감안하여 시대정신을 반영하면서도 지역가치(community value)를 높일 수 있도록 국제법과 헌법에서의 문화국가원리를 먼저 살펴 본 후, 그에 부응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과 책무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제시하고자 하였다.
2005년도에 국제연합(UN)이 '문화의 다양성을 지켜내는 것이 인류의 의무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화는 단순히 소비재 이상의 가치판단을 요한다'는 내용으로 구체적인 '문화콘텐츠와 예술적 표현의 다양성보호를 위한 협약(일명문화다양성협약)'을 발표하여 152개국으로부터 압도적인 찬성을 얻었는바, 동협약에 명시된 내용은 지방자치단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고, 아직 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지자체들에게는 문화정책과 문화입법·문화행정 수립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것이다.
구체적으로 문화는 우리 헌법 제9조나 제69조가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단순히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이나 '민족문화의 창달'에 그쳐서는 아니 된다는 점을 전제로, 문화를 조성할 수 있는 방법적 기반으로서의 언론·출판·학문·양심·예술·교육·혼인·가족 등 제반기본권이 충족됨으로써 문화적 불평등이 치유될 수 있도록 각종 법률과 규정을 개정하고 母法으로서의 문화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헌법 합치적 문화행정을 하기 위하여 지방정부가 우선 차별성으로서의 주체성(identity as distinction)을 확립하여야 하고, 문화행정을 하기 위한 행정조직과 행정방법이 수직적·하향적·획일적·집합적 단일통제에서 수평적·상향적·다원적·조성적 문화행정으로 변화하여야 한다. 일응 goverment에서 governence의 이행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끝으로 '자치'와 '자율'을 기저로 한 주민위주의 문화정책과 입법영역을 활용해 문화교육을 확대하고, 폐쇄적이고도 국수주의적인 미디어입법을 세계화수준으로 과감하게 개방·도입하며, 문화재로서의 지방언어를 보호하고, 정보화사회를 맞아 영상·음악·게임·영화 등 컨텐츠를 활성화할 수 있는 입법을 조례로 제정할 것을 제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