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미FTA 협상이 추진 중이다. 협상의 대상 중에는 “투자분야”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한미FTA 협상의 투자 Chapter에서 미국측은 자국이 기존에 칠레, 싱가포르, 중남미국가들과 체결하였던 FTA 투자Chapter와 2004 양자간 투자협정(BIT) 모델에서 제시하고 있는 “투자자 대 국가 분쟁해결 소송” 및 “간접수용(indirect expropriation)”에 대한 내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간접수용(indirect expropriation)이란 국가 또는 공공기관이 투자자의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지 않으면서 투자자산의 경제적 가치를 저하시키는 조치를 취하여 실질적으로 직접수용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BIT 모델에서는 이러한 간접수용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으로서 (ⅰ) 정부의 조치에 대한 경제적 충격정도, (ⅱ) 정부 조치의 명백하고 합리적인 투자기대이익 침해정도, (ⅲ) 정부 조치의 성격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간접수용의 판단기준은 미국 연방대법원이 Penn Central case에서 regulatory takings(규제적 수용)의 판단기준으로 제시한 판례이론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
헌법이나 법률 등에서 이러한 간접수용법리를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의 법체계상 이러한 간접수용의 법리가 도입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간접수용법리가 미국의 규제적 수용과 개념적으로 동일한 것인지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만약 양자가 서로 개념적으로 다른 것이라면 규제적 수용의 판단기준을 간접수용의 판단기준으로 차용한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간접수용이나 규제적 수용 양자 모두 정부의 조치(규제 또는 제한)로 인하여 사인의 재산권이 침해(손실)되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나, “간접수용”은 “정부 조치의 반사적 효과로서 투자자산의 경제적 가치가 저하되는 것”임에 반하여, “규제적 수용”은 “피침해 재산권 자체에 대한 규제 또는 제한으로 경제적 가치가 감소되는 것”으로서 양자는 개념적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개념적으로 서로 다른 법리에 동일한 판단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
아울러 간접수용은 공용필요에 따라 특정의 재산권(투자자산) 자체에 대한 공용침해를 처음부터 의도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특정의 조치 또는 일련의 조치를 발동하다보니 그 반사적 효과로서 외국인 투자자 재산권의 가치감소를 초래한 것으로서 이는 우리나라 헌법의 해석상 “수용”의 법리로 보기 어렵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 헌법상 손실보상은 피침해 재산권 자체에 대한 공용침해를 전제로 한 것이지, 정부조치의 효과(영향)에 의한 간접적 손실을 예정하고 있지 않다. 결론적으로 간접수용은 우리나라 헌법의 해석상 도입이 불가능하다.
결국 간접수용의 법리를 우리나라 현행법체계에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국제투자협정을 체결함에 있어 간접수용의 법리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도 어렵다. 따라서 간접수용을 대안 없이 무조건 배척하기 보다는 국제투자분쟁에서 간접수용이라고 주장되어지는 사건들을 우리나라의 법원에서 우리나라의 현행 법체계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하여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