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미국은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 외국인의 외국에서의 행위에 대하여 자국 법령의 역외적용 (extraterritorial application)을 시도하여 왔으며 이러한 시도는 그러한 행위가 미국 영토에 충분한 영향을 미치는 한·미국 사법부에 의하여 용인되어 왔다. 이러한 미국 국내법의 역외적용은 타국에 대한 주권침해 논란을 야기하는 등 복잡한 논쟁을 초래하였으나 점차적으로 이러한 역외적용의 대체적인 골격은 국제적으로 수용되는 듯한 추세이며, 나아가 최근 점증하는 국가들이 미국의 예를 따라 자국국내법의 역외적용을 역시 도모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전통 국제법 이론 하에서도 소위 객관적 속지주의, 보호주의, 보편주의 등의 적용은 해당국 국내 관할권의 역외적용을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최근 각국의 경제관계 법령 (특히 반독점금지법안 등 경쟁관계법)의 경우 이러한 역외적용이 소위 "효과 이론(effect doctrine)" 이라는 이름으로 다수의 국가에 의하여 광범위하게 수용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이러한 역외적용 자체가 주권침해이며 따라서 국제법 위반을 구성한다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이제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국내법의 역외적용 문제는 이제는 특정 사안에서 특정국가 특정 국내법의 역외적용 이 국제법 원칙 및 해당국의 국내법상의 원칙에 합치하는지에 관한 구체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검토에 기초한 사안별 접근을 통해 특정역외적용 사례가 국제법 및 해당국의 관련 국내법을 위반하는 것인지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해당국의 국내법에 기초한 검토가 필요한 이유는 기본적인 관할권 원칙을 제외하고는 이 부분에 관한 국제법상의 구체적 규범은 아직 국제사회에서 채택되지 않고 있어 상당 부분 각국의 국내법에 위임되어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그 규모로 인하여 미국 시장으로 수출을 하거나 미국기업과 거래를 하는 해외기업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미국 법령의 역외적용 문제는 우리를 비롯한 많은 국가의 해외수출 및 기업활동에 직접적인 문제를 초래한다. 그리고 그만큼 미국법의 법리에 기초한 자국 국내법의 역외적용 문제에 대한 검토도 그 중요성은 배가된다고 할 것이다.
미국 연방 제1항소법원이 United States v. Nippon Paper Industries에서 내린 판결은 이런 관점에서 여러 가지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 판결은 외국인에 대한형사처벌을 위한 국내법상 관할권의역외적용의 최초 사례라는 점, 그리고 기존의 역외적용에 관한 미국 법원의 판례를 재점검/정리하였다는 점에서 그 특별한 의의를 찾아 볼 수 있다.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는 있으나 이 판결의 전체적인 취지는 최소한 국제법 및 미국법 법리상으로는 수긍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법의 역외적용 문제를 형사절차와 민사절차로 구분하는 국제법상의 법리는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이 문제는 해당국가의 국내법 규율질서에 위임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며, 이에 관한 실체적 규범을 제공하는 미국의 Sherman Act는 형사 및 민사 절차 공히 역외적용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입법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Alcoa 판결, Harford Fire 판결 등 기존의 사례에서 미국 법원이 기 확인한 법리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의 사실관계는 동법의 역외적용을 허용하는 것으로 판단될 소지가 다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주요 교역 상대국의 국내법의 역외적용 문제는 우리 기업에게도 직접적인 사업상의 문제를 초래하며 그것이 형사절차로 전이될 경우 우리 기업인의 개인적인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각국 국내법의 역외적용 추이 및 법리 변천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관심을 경주할 필요가 있으며, 각국의 법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하여 불필요한 형사 및 민사절차의 개시는 가급적 회피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반도체 가격담합사건에서 보듯이 일국 조사당국의 외국 기업에 대한 경쟁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는 흔히 타국 조사당국에 의한 유사한 조사를 연쇄적으로 초래하므로 이에 대한 효과적 대비는 일국 시장에 국한되지 않는 입체적인 차원에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