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통일의 문화적 조건을 논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동질성을 단순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재창조'되어야 한다는 관점을 둘 필요가 있다. 차이 자체가 갈등의 요인일 수 있지만, 그 자체의 존중과 이해를 통해 훨씬 새로운 차원의 문화적 자원을 얻어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북문화의 차이는 단순한 갈등의 관계로만 연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북측의 차이가 남측의 예술언어와 문화적 표현방식에 신선한 자극과 상상력, 창의적인 발상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남북문화교류의 접근을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한 장치로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접근은 실제로 분단으로 인해 야기된 상호 적대적이며 대결적인 분단체제를 해체하고 온존한 상호이해 기반 체제를 이루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남한 사회 내부에 여전한 냉전문화라든가, 반쪽의 역사를 통해 훼손된 전통과 언어, 그리고 각종 자본주의적 이윤추구에 의해 상업화된 우리의 민속문화와 문화적 아노미 현상 등을 성찰하게 되는 계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
동시에 남북문화교류를 자국의 구도가 아니라.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재규정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세계화 현상은 상호 체제의 이질성으로 인한 문화적 단절감을 새로운 형태로 진전시키게 된다. 가장 비근한 현실은 곧 북한에 불기 시작한 한류의 영향이다. 그 영향력이 매우 크게 드러나자, 북한은 남한 대중문화에 대한 경계심을 더욱 높게 가질 수밖에 없게 되면서 상호교류에 대해 일정하게 장애요소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개혁과 개방이라는 과제는 세계화 현상 속에서 더욱 구체적이고 긴급한 요구로 다가오게 된다.
그런 점에서 세계화와 통일의 문제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요구된다. 개혁과 개방에 의한 남북문화교류는 북한 문화시장에 대한 개방을 의미한다. 이 시장은 남한이 독점할 수 없는 개방된 시장일 것이며, 북한 문화시장을 두고 남한을 비롯하여 중국과 미국, 일본의 대중문화가 경쟁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문화시장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적절한 문화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지원체제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
남북문화교류와 이를 통한 사회통합이라는 과제는 다시 동북아 문화공동체라는 구도를 갖게 된다. 결국 남북 통일문화는 곧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미래적 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세계화 기존에 걸맞는 사고와 행동, 다양성 존중, 공존상생하려는 생명존중과 평화및 국제협력에 대한 존경을 실현하기 위해 편협한 민족주의 또는 국수주의를 과감히 벗어버리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남북문화공동체 형성은 남북의 통일을 위한 과정이면서 동시에 한민족의 정체성을 고리로 한 한민족 문화네트워크의 재구축 과정과 병행될 때 세계적 구도가 주어질 수 있다.
이러한 통일을 위한 문화교류의 새로운 구도를 놓고 이를 실행할 여건을 형성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기본적으로 교류 사업을 동질성에 대한 막연한 가정을 두고 결과물 중심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예술 창작과 향유. 교육전반에 걸친 구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면서 교류 대상을 창작물 형성 과정에 대한 것으로 전환하는 것도 한 방안이라 본다. 또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지속적인 교류 협력사업이 수월해져야 하는 요구에 따라, 남북문화교류 채널의 제도화와 이와 관련한 법제도 기반 조성을 여건 형성으로 제시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겨레말큰사전』사업을 통한 언어공동체 형성 작업은 앞서 제안한 구도를 실현할 수 있는 본격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즉, 단순 동질성의 회복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로의 방향에 대한 실천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