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오사카 이쿠노구(生野區)에 사는 재일(在日) 제주출신 여성들의 생애와 생활을 중심으로 하여 초기 이주와 정착, 그리고 귀향에 얽혀 있는 사회문화적 지형을 기술한 것이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참여관찰 및 심층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하였다. 이주한 제주인들이 이쿠노구를 중심으로 밀집한 것을 이 지역의 조선시장과 관련하여 살펴보았다. 조선시장은 이주자들이 초기 정착과정에서 상호 거래를 하며 정주기반을 마련하였던 사회적 네트워크 공간이라 할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무자본(無資本)의 상황에서 서로 모여 삶으로써 그들 사이에 형성된 네트워크가 정착의 자본 구실하였다고 본다.
초기 이주자들의 정착을 세 여성의 생애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는데, 그 가운데 제주여성의 '물질'은 열악한 상황에서 생계수단이 될 수 있었으며,현재 재일제주인 내의 사회적 관계를 잇는 기능을 하였다. 또한 여성들 사이의 계(契) 모임은 회원들의 생활상의 경제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기여하였다. 고령이 된 여성들은 지속적으로 고향인 제주도와 네트워크를 가지려고 하며 그것은 일시적 고향방문이나 산소의 마련, 현금 기부와 같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후원은 친족의 도덕적 의무로서 간주되며, 고향에 부재(不在)함에 따르는 후원으로서 그들이 고향에 대해 일방적 후원자 위치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제적 후원의 의무, 그리고 국적에 따라 정체성의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 등 재일제주인들의 귀향은 단지 고향방문 이상의 복잡한 지형 안에 있음을 보게 된다. 이 연구는 미시적 접근에 의한 거시적 담론의 분석에는 한계가 있으나, 재일제주인 사회 연구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제주)여성의 생활경험을 다루고, 일상생활, 고향(사람)에 대한 재일제주인의 시각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연구자는 재일제주인들이 일본사회에서 일상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재일한인집단으로서 제주사회의 부속 집단이 아니며 그들의 민족 정체성을 민족=국가라는 도식으로 접근하는 한계를 지적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