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반(反) 민주주의자인가? 간단하게 보이는 이 질문에 대답하기는 예상과 달리 쉽지 않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제까지 그 질문 자체가 제대로, 진지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한편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비판 혹은 비난을 못 보거나 못 본 체 슬쩍 옆으로 밀어놓은 채 형이상학에 대한 그의 비판을 철학사적으로 부각시켰다. 거꾸로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비판 및 그것과 직접 연결된 몇몇 문제들을 빌미로 그의 철학을 쉽게 폄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본 연구는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비판이 일정하게 사실이며, 따라서 그의 정치철학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인정에서 출발할 때, 그의 정치철학은 아직도 여전히 중요한 논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물론 문제가 되는 부분을 그의 텍스트에서 쉽게 외과적으로 분리할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하며, 또 이 점이 그의 텍스트를 정치철학적으로 읽는데 장애물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