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전봉건의 후기시 『북의 고향』을 중심으로 그의 고향 그리움의 심회와 시의식에 내재한 고향 콤플렉스의 시적 극복과정을 살펴본다. 전봉건은 50년대 대표적 모더니즘 시인으로, 그의 실험적 시의식과 그에 따른 문학적 성취는 시사적으로도 큰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력 40여년 동안 지속된 그의 시적탐구는 단계별 시적변화와 독특한 미학적 시세계를 여는 초석이 된다.
이러한 전봉건의 전 시세계를 지배하는 시적 상상력은 6·25체험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초기·중기시가 주로 '피'로 상징되는 전쟁의 비극성을 형상화하고 있다면, 『북의 고향』의 시편들은 분단 모순에 대한 비판과 실향에 토대를 두고 있다. 실향의식은 전봉건의 전 시세계에 걸쳐 그가 극복해야할 가장 큰 시적 극복대상으로 내면화되어 있다. 전봉건에게 있어 6·25의 상처는 결국 실향의 상처로 집약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꿈길'을 통한 고향회귀와 '눈'과 '눈물' 이미지를 통한 자기정화의 세계는 가장 적극적인 시적극복을 반영한다. 고향회귀는 곧 전봉건의 정신적 극복세계를 의미하며, 자기정화는 새로운 인식의 세계 즉, '혼자'에서 '우리'라는 통합의 세계로 유도하기 때문이다. 시집 『북의 고향』에 나타난 고향 콤플렉스 극복과정은 전봉건 시세계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그의 마지막 시집『돌』의 존재초월로 가는 하나의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