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케이블 채널의 프로그램 수급에 대한 거시적 분석을 토대로, 방송 다양성과 이에 연계된 시청자 선택권이 어떠한 현실 속에 놓여 있는지를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실증적으로 살펴보았다. 시청률, 프로그램 수, 그리고 방영시간 등의 지표들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케이블 채널은 해외 제작이나 지상파 재전송 프로그램을 주축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해외 프로그램의 경우는 비단 영화와 만화, 패션, 리얼리티 쇼 등의 인기 장르들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수와 편성시간 등에서 우위를 차지하였을 뿐만 아니라, 시청률에서도 가장 높은 결과를 기록하여 실질적인 케이블 채널의 운영을 좌우하는 요소로서 기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상파 제작 프로그램 역시 시청률과 점유율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케이블 채널 - 프로그램 제작원 연결망의 분석결과는 현재 우리나라 케이블 채널이 자체제작 콘텐츠 보다 다른 채널 또는 제작원에서 공급된 콘텐츠 중심으로 운용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는 곧 케이블 방송 다양성의 저하와 긴밀히 연결되는데, 개별 채널만의 독특한 특징은 지나친 외부 콘텐츠의 유입으로 인해 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연결망이 높게 연결되어 있는데 반해 정작 그 밀도가 낮게 나타난 사실은 우리나라 케이블 프로그램 시장의 거래관계가 획일적이라는 사실을 의미하는데, 이는 다시 시장의 경직성을 뜻하므로 결과적으로는 폐쇄된 시장관습이 케이블 채널 간의 특성을 평준화시킨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본 연구의 결과는 현재 케이블 채널의 프로그램 운용이 방송 다양성과 시청자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독립되고 특화된 편성을 외면하고, 검증된 일부 인기 프로그램들의 재방영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는 케이블 방송의 매체 특성을 약화시키고, 지상파 프로그램의 재전송 전문 매체 정도로 그 위상을 하락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행태를 통해 유통된 획일화된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시청자의 자유로운 채널 선택권을 박탈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시청자들의 외면을 불러 케이블 매체의 존립근거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에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