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 중인 WTO DDA 협상에서 WTO 부속협정에 대한 개정 작업 역시 주요 의제의 하나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현재 개정논의가 진행 중인 부속협정에는 WTO 소송절차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분쟁해결양해사항(DSU)"도 아울러 포함되어 있으나, 이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은 반덤핑협정, 보조금협정 등 여타 부속협정의 개정논의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DSU 개정협상에서 논의되는 사안들이 지극히 법률이론과 논리에 기초하여 진행되고 있고 정치적 타결의 대상이 아니다 보니 그간 관심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듯이 보인다.
그러나 DSU 개정협상은 한국, 일본 및 유럽연합 3국에 대해서는 상당히 중요한 협상이다. 동 협상에서 제기된 다양한 이슈들은 그간의 WTO 분쟁해결절차에서의 주요국의 경험을 총괄적으로 정리하는 성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또한 그간의 WTO 판례를 기초로 DSU 관련 조항을 더욱 명확화, 구체화하는 것을 그 기본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DSU가 어떠한 방향으로 개정되는지에 따라 WTO 소송에서 당사국의 권리와 의무에 심대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한국, 일본, 유럽연합과 같이 WTO 분쟁해결절차를 빈번히 이용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DSU 개정 협상에 대하여 이들 3국의 경우 면밀한 관심을 경주하고, 협상에 적극 참여하며 또 3국의 의견을 적절히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DSU 개정협상 과정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주요 사안들은 제3자 참여국의 권리 확대 문제, 항소기구의 파기 환송제도 도입 문제, 상설 패널제도의 도입 문제, 패널 및 항소기구 심리 절차의 공개 문제, 개도국 소송지원 기금 도입 문제, 여타 협정과의 상충시 조율 문제, 분쟁해결절차 진행 순서의 재조정 및 명확화 문제, 패널 및 항소기구 보고서에 대한 당사국 의견 반영 강화 문제, 분쟁해결절차 소요시간 단축문제 등이다. 향후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상기 사안 이외에 여타 사안이 추가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나 일단 이러한 이슈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이슈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의견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또 다른 일부 이슈에 대해서는 첨예한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안들은 모두 한국, 일본 및 유럽연합에 대하여 장기적으로 적지 않은 실질적, 법리적 파급효과를 초래할 것으로 판단된다. 가령, 패널 및 항소기구 심리가 공개되는 방향으로 DSU가 개정될 경우 이는 이들 3국이 WTO 소송 진행과정에서 외부 변호사를 사용하는 가능성을 상당 부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정부 담당자 및 변호사 중심으로 이러한 변화된 상황에 대한 준비를 조기에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상설 패널제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DSU가 개정될 경우 3국의 경우 자국 인사를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이러한 패널에 진출시키는지 여부가 장기적으로는 적지 않은 중요성을 띨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항소기구 파기 환송제도의 도입은 WTO 법리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를 제공할 것이고 각국의 소송전략 수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나아가 개도국 소송 지원기금의 도입은 개도국의 소송참여를 활발하게 하여 한국, 일본 및 유럽연합과 이들 개도국과의 분쟁도 향후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다. 또한 분쟁해결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경우, WTO 분쟁해결절차의 중요성과 실효성이 대폭 강화되어 전체적으로 WTO 분쟁해결절차에 대한 소송제기 건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일본 및 유럽연합의 WTO 체제에서의 무역 이익에 결정적 변화를 초래할 잠재성을 갖고 있다. 각국의 무역이익이 확인, 보호되는 유일한 메카니즘이 현재로서는 WTO 분쟁해결절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한국, 일본 및 유럽연합 3국은 현재 DSU 개정 협상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며, 3국간 공동 대응이 가능한 사안에 대해서는 적절히 의견 조율과 협조를 모색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최근 WTO 분쟁의 적지 않은 부분이 절차적 내용과 관련된 현실을 감안, 한국의 경우도 DSU 개정 협상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여 우리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국제 소송절차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