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의 독선과 자의를 보다 강하게 통제하고, 아울러 불기소처분에 대한 헌법소원에 시달리는 헌법재판소의 업무부담을 경감시키는 방편으로 개정형사소송법은 재정신청의 대상범죄를 전면적으로 확대하였다. 이와 더불어 재정신청이 폭증할 것에 대비하여 이유없는 재정신청에 대한 비용부담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아울러 기록의 열람·등사권을 제한함으로써 이른바 민사분쟁형의 고소를 차단하고자 하였다. 물론, 이러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에 대비하여 이전의 지정변호사제를 폐지하고, 독일처럼 검찰의 기소를 강제하는 기소강제절차로의 변신을 꾀하였다.
이러한 변화가 초래된 첫 해의 실적을 살펴보자면, 불기소처분에 대한 이전의 헌법소원을 10배 가량 넘어서는 재정신청(11,249건)이 이루어졌고, 그 구제율은 약 1% 수준(119건)에 머물렀다. 이 중에서 지난해에 심리가 완료된 사건 23건을 분류하면, 유죄가 16건(70%)이었고, 무죄가 5건(22%)이었다. 검찰은 제도시행 초기에는 무죄사건들에 초점을 맞추며, 재정법원의 결정에 불만을 표출하기도 하였지만, 차츰 '애매하면 기소'하는 방향으로 기소전략을 수정하였다. 이 결과, 지난해의 기소율은 전년대비 16.7% 증가하였고,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비율은 27.1% 증가하였다.
이 결과를 놓고 보자면, 변화된 재정신청제도는 1명의 고소인을 구제하기 위하여 99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고소수사-검찰항고-재정신청으로 이어지는 형사절차에 장기간 계류시킨 셈이다. 뿐만 아니라, 검찰의 기소전략에 변화를 초래함으로써 애매한 경미사건들이 전보다 더 많이 기소되어 법원의 무죄선고율도 의미있는 증가치를 보여주었다. 재정신청의 대상사건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면, 남고소에 이은 대량의 재정신청으로 무고한 피고소인들을 너무 괴롭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점은 지나치게 높은 우리나라의 고소율 내지 불복률에 기인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일본의 약 160배에 이른다는 이 높은 고소율을 두고는 어떠한 제도변화도 아마 제한적인 의미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이 고소율을 낮추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함께 모색하여야 하겠지만, 변화된 재정신청제도의 폐해가 예상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 득보다 실이 큰 것으로 나타났고, 또 검사가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함으로써 검찰에 대한 불신을 증폭되는 부작용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정신청제도의 가장 큰 문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할 필요도 없지 않다. 가장 용이한 방안은 재정신청의 대상사건을 개정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이 사건들이 아니라면, 사실 검찰이 집단적으로 독선과 자의에 빠져 검찰권을 남용할 일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는 다시 불기소사건에 대한 헌법소원이 폭주하는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 우리도 일본의 검찰심사회와 유사하게 가칭 '공소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형사재판에 대한 국민참여를 허용하는 변화를 반영하여, 검찰권에 대한 사법통제모델을 이제 민간통제모델로 전환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