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 시대 안보문제의 특징은 강대국간의 대규모 전쟁 위험은 사라졌지만 인종 및 민족분규, 테러리즘, 환경문제, 인권문제, 자원문제, 해적 및 마약문제 등 다양한 종류의 갈등이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반면, 강대국 또는 어느 일국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공동안보 또는 협력안보의 관점에서 문제를 접근할 필요가 있다. 탈냉전 이후 동아시아에서도 다자안보협력에 관해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역내 국가들간의 상호신뢰 부족 또는 공동의 이해관계 부족으로 인해 아직 초보적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 역시 동아시아 다자안보협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역내에서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비롯하여 국방장관회의인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대화) 등 다양한 다자안보대화 채널이 가동 중이다. 또한, 한중일 및 미중일 등 3자 중심의 소다자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볼 때, 동아시아 다자안보협력체제는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통일을 촉진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나아가 역내 국가들간의 군사적 투명성과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매커니즘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테러리즘과 마약문제 및 환경오염 등 다양한 초국가적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역사적 경험은 다자안보협력에 대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보다 많은 접촉과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를 제고하고 공동체 인식을 확대해 나갈 경우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