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를 중심으로 1601년부터 1720년 사이 작성된 전답매매명문 1,714건에 대한 분석을 통해 동 시기 화폐유통의 양상을 살펴보았다. 특히 17세기 말 동전의 유통을 계기로 나타난 전답매매 경향의 변화상을 분석하기 위한 전제로서 통계적 방법을 통한 매매 현상들을 도출하였다.
17세기 전답매매명문에 등장하는 매매수단은 크게 포목, 미곡, 동전, 은, 우마 등 다양하다. 포목과 미곡은 매매수단으로 이용된 경우 품질의 편차가 심하다. 포목은 17세기 중엽 동전 유통이 논의될 시기 升品이 낮았으나 동전유통에 앞서 품질이 강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들 매매수단의 시계열별 추이는 1680년 이전에는 포목을 이용한 매매가 압도적이었으며, 1681~1690년 미곡 중심의 매매로 전환되었다. 1691년 이후 동전을 이용한 매매가 주요한 매매수단으로 대두되어 18세기 초에는 83.1%가 동전을 매매수단으로 이용하였다.
전답매매수단의 변화는 지역적인 차별성이 존재한다. 전라도는 1680년 이전 포목중심의 매매에서 1681~1700년 미곡을 이용한 매매로 전환 되었다. 동전은 18세기부터 중추적 매매수단으로 부상했다. 이에 반해 경상도는 1690년 이전의 포목중심에서 1691년 이후의 동전 중심 매매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다. 충청도는 1680년 이전 포목중심의 매매경향을 나타내면서도 1681~1690년 미곡 우위 속에서 포목이 함께 이용되었다. 그리고 1691~1700년 동전과 미곡이 대등하게 이용되었으며 1701년 이후 동전중심으로 전환하고 있어 전라도와 경상도의 완충적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동전유통으로 인해 나타나는 매매양상의 변화는 월별 매매경향, 매매규모, 매매사유 등에 대한 行錢 전후의 경향 비교를 통해 추적했다. 행전이후 6~9월에 이루어지는 매매비율은 행전이전보다 낮았음에 반해 11월~2월의 매매비율은 높게 나타났다. 매매규모에 있어서도 행전이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3두락 미만의 토지 중심으로 매매가 이루어졌다. 토지의 전래경위와 매도사유는 동전유통을 계기로 경제활동에 의한 '自己買得'과 토지경영의 합리화를 위한 '移買'의 비중이 높아지는 계기성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