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후백제를 건국한 甄萱의 군사적 기반에 대한 검토이다. 그 결과를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견훤은 신라의 정규군으로 西南海에 파견되었고, 그곳에서 공을 세워 裨將이 되었다. 견훤의 비장직은 신라의 서남해를 방어하는 군조직의 副將으로 군정이 이루어지는 특정 지역의 지방관을 겸하는 동시에 단위 부대를 통솔하는 위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견훤은 비장의 지위를 통해 서남해 지역 군조직의 武將들과 병사, 지역민의 신망을 얻을 수 있었다.
견훤이 防戌한 서남해는 신라의 서남 지역이며, 곧 무진주의 서남에 위치한 연해 지역으로 추정된다. 이를 오늘날의 영암, 해남, 강진 등으로 비정하였다. 여기에서 중심이 되는 지역은 영암으로 해남과 강진 등은 그 領縣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신라 하대 해상교통과 무역의 중심지로 9세기 전반 淸海鎭이 설치된 바 있었고, 이의 廢鎭 이후에도 그와 유사한 성격을 지니는 軍鎭이 설치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신라 하대의 지방 군진들은 중앙에서의 지원과 통제가 끊겨감에 따라 지방과의 연계성이 점차 강화되어 갔다. 이러한 상황은 서남해 군진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따라서 견훤이 서남해 군진의 조직 내에게 얻은 신망은 곧 군진이 입지한 지역민들의 신망이었을 것이고, 이것은 거병 이후 그의 군대가 승승장구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