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러시아 문단에서 대중과 비평가들의 이목을 끊임없이 집중시키는 작가 중 한 명인 빅또르 �y레빈은 대중성과 문학성이 겸비된 글쓰기를 가장 적절하게 구사하는 작가로 평가 받는다. 아마도 �y레빈이 "현실간의 접점들을 정비해 나가면서, 바로 그 접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예술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경계론적인 창작 메커니즘의 대가"라는 게니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동시에 �y레빈의 창작은 현대 러시아를 조명하기 위한 문화 텍스트로서 독서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끈다.
본 고의 분석대상인 소설 『Generation II』에서 �y레빈은 광고 카피를 하위텍스트로 삽입한다. "광고가 문화의 자기 진단적 조건"이 된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광고텍스트를 문학적 소재로 선택하여 현대 러시아 문화의 이면을 읽어내고자 했던 �y레빈의 시도는 다분히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y레빈은 바벨탑, 수메르 전설, 혁명가 체 게바라 등 다양한 신화적 요소 및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정치·문학 인사들의 실명과 형상을 지속적으로 텍스트 내부로 끌어들이며 현대 러시아 사회 및 문화의 현주소에 대한 담론을 펼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한다. 텍스트의 표층구조 속에서 볼 때 이러한 �y레빈의 서사는 일견 소비문화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있는 듯이 보여지지만, 작품이 전개됨에 따라 그의 메세지는 궁극적으로 과거의 이데올로기를 대체하는 새로운 지배권력으로서 미디어라는 측면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 명백해진다. 이로써 이 작품의 테마는 소비문화의 부정적 양상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반(反)아메리카니즘'을 넘어서서, '미디어 정치'에 의해 지배되는 현대 러시아 문화의 새로운 국면을 지시하게 된다.
이에 본 글에서는 종종 대중성과 예술성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경계 위의 문학'으로 평가 받는 �y레빈의 작품 세계를 다양한 신화소 및 광고텍스트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현대 러시아를 지배하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로서 미디어 통치에 관한 해석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이 소설의 테마이자 서사의 중심에 위치한 광고텍스트를 중심으로 �y레빈의 글쓰기 전략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과정을 분석하며, 텍스트의 표층과 심층을 관류하는 이중적인 문화적 함의를 추적해 볼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광고 텍스트가 단순히 소비문화를 겨냥한 비판적 담론을 형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새로운 이데올로기의 주체로서 미디어의 등장을 지시하기 위한 것임을 밝히고, 영원성을 지향하지만 결코 영원하지 않은 이데올로기의 허구적 속성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현대 러시아를 반영하는 다양한 문화적 코드를 진단하고, 문학이 더 이상 자신만의 영역에 안주하는 폐쇄적인 텍스트에 머물지 않고, 문화-철학적 담론의 일부로 기능한다는 현대문학의 특징이 다소 간에 규명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