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인접하여 경계하고 있는 두 시기의 언어 현상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리라는 전제 아래, 고대국어 주격조사의 실현 양상을 중세국어의 것과 결부하여, 음운론적인 시각에서 논의하였다.
고대국어의 실체를 재구해내는 일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 난점 중의 하나가 바로 자료의 해독 문제로서, 고대국어를 반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모든 자료를 한꺼번에 낱낱이 다루어 해독하는 일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고대국어를 재구할 수 있는 주 자료인 향가를 대상으로 고대국어의 주격조사 실현 양태를 밝혔다.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 고대국어 주격조사 형태: ㅣ(伊, 是)
○ 고대국어 주격조사 실현 조건: ㆍㅣ(是, 伊) /C-ㆍㅣ(伊) /V-
○ 고대국어 주격조사 실현 정도: 수의적, 주격조사 미분화형 공존
이에서 보듯이, 고대국어 주격조사 실현상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세국어에서 어떠한 환경에서도 반드시 실현되는 ㅣ 주격조사가 고대국어에서는 수의적으로 실현된다. 둘째, 중세국어에 존재하는 ' ㅣ 라셔, ㅣ 셔, 겨셔' 등과 같은 주격조사가 고대국어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셋째, 고대국어 주격형에는 중세국어에서 발견되지 않는 유형인 '체언+조사' 미분화형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고대국어 시기에는 증세국어 시기에 비해 주격조사 표기형에 대한 의식이 뚜렷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고대국어에서 보이는 ㅣ 주격조사는 중세국어 ㅣ 주격조사 발달의 동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