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가 발생하면 혈흔이나 흉기 또는 지문, DNA, 범행을 목격한 자 등 일반적으로 그 흔적이 남는다. 범죄의 흔적이 사람의 기억에 남은 경우에는 사람의 지각이나 기억 또는 표현에 오류가 포함되기 쉽고 의식적인 허위진술이 행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범죄의 흔적이 사람의 기억 이외의 것에 남은 경우인 비진술증거는 그 존재 및 상태 자체가 증거가 되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움직이기 어려운 것이어서 증명력을 그르치는 우려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수사나 재판에 있어서도 ‘물증은 인증에 우선한다’라고 하여 물증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비진술증거, 특히 물증은 감정을 매개로 하여 유력한 증거가 되는 경우가 많고, 과학적 수사의 필요성으로 인해 증거수집활동 단계에서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오늘날 형사재판의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과학적 증거의 대량적 원용이라는 점에서 과학적 증거의 증거능력 또는 증명력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의 문제는 사실인정의 합리화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설득의 효율적 방안으로 제시되는 각종의 증거자료가 단순히 본증의 보조자료 내지 설명을 위한 자료가 아니라 과학적 증거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경우, 이러한 법과학 증거로서의 자료들이 증거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과학적 법칙 및 그것을 이용한 과학적 검사기술의 타당성이 인정되어야 한다. 특히 법과학 증거는 사실적 측면에서 통상 오감에 의한 인식을 넘는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여 인지하고 분석한다는 점에 특징이 있기 때문에 규범적인 측면에서 이를 유죄판결의 증거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인지와 분석의 기초가 되는 원리에 과학적인 근거가 있고, 나아가 그 수단과 방법이 타당성과 신뢰성을 가지고 있어서 인지와 분석에 의한 판단결과가 형사재판에서 증거로서 허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충족해야 한다고 할 것이다.
수사단계에서 수집된 비진술증거 자체가 법과학 증거인 경우 또는 비진술증거를 과학수사기법을 통해 분석한 내용이 법과학 증거인 경우에는 전문법칙이 적용되는 진술증거와는 달리 수집된 증거가 원본 증거이며 사건과 객관적 관련성만 인정되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다만 Chain of Custody 규칙에 의하여 수사기관이 압수한 증거가 검사한 증거와 동일하다는 것이 입증되어야 하며, 비진술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적법절차를 위반해서는 안된다는, 즉 위법수집증거(illegally obtained evidence)배제에 해당되지 않아야 한다. 수사단계에서 비진술증거를 수집하여 이를 과학적 증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검사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 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하여 발부받은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으며, 사법경찰관이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법과학 증거의 증명력 판단과 관련하여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308조가 증거의 증명력을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하도록 한 것은 그것이 실체적 진실발견에 적합하기 때문이지 법관의 자의적인 판단을 인용한다는 것은 아니므로, 증거판단에 관한 전권을 가지고 있는 사실심 법관은 사실인정에 있어 공판절차에서 획득된 인식과 조사된 증거를 남김없이 고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맡겨져 있으나 그 판단은 논리와 경험법칙에 합치하여야 하고, 형사재판에 있어서 유죄로 인정하기 위한 심증형성의 정도는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여야 한다. 따라서 범죄구성요건 사실의 존부를 알아내기 위해 과학적 공식 등의 경험칙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법칙 적용의 전제가 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에 대하여는 엄격한 증명을 요한다. 특히 유전자검사나 혈액형검사 등 과학적 증거방법이 사실인정에 있어서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갖기 위해서는 감정인이 전문적인 지식․기술․경험을 가지고 공인된 표준 검사기법으로 분석을 거쳐 법원에 제출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시료의 채취․보관․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시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되어야 하며 각 단계에서 시료에 대한 정확한 인수․인계 절차를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유지되어야 한다. 나아가 과학적 증거방법은 그 전제로 하는 사실이 모두 진실임이 입증되고 그 추론의 방법이 과학적으로 정당하여 오류의 가능성이 전무하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관이 사실인정을 함에 있어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지므로, 비록 사실의 인정이 사실심의 전권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함부로 이를 배척하는 것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