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2011년 일본 문부성 검정통과본을 대상으로 일본중학교 역사교과서의 역사관과 고대사 서술의 특징을 살펴본 것이다. 무엇보다도 금년에 검정을 통과한 일본중학교용 교과서는 2006년도에 성립된 개정 교육기본법과 이에 기초해 2008년에 새로 제정된 학습지도요령 및 동 해설서가 실제로 적용되는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특히 교육기본법 제2조 제5항에 명시된 교육목표(「전통과 문화의 중시」, 「애국심과 애향심」, 「타국 존중」, 「공공의 정신」, 「세계평화와 발전」)와 학습지도요령 및 동 해설서의 영토(독도)관련 사항이 실제 교과서 검정과 서술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고 또한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유의하면서, 일본우익의 역사관을 대변하는 소위 새역모계 교과서(자유사와 육붕사)의 내용분석을 중심으로 검토했다.
그 결론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1. 2011년 검정 통과본 중학교교과서(역사·공민·지리)의 독도관련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의 영토관련 사항의 강조 및 교과서 검정의 결과로서 종래의 기술보다 한층 더 우경화의 경향이 강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새역모계를 포함한 모든 출판사의 교과서가 독도(일본명 다케시마)를 ‘일본고유의 영토이자 이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점령하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2. 교과서검정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서 고조선 관련 서술의 삭제를 들 수 있는데, 이는 자국의 전통과 문화를 지나치게 중시하여 역사의 유구성을 강조한 나머지 그보다 오랜 시기의 이웃나라의 역사에 대한 개악의 사례라 할 수 있다.
3. 일본중학교 교과서(역사·공민) 서술에 나타난 역사관은 전통문화의 중시, 애국심과 도덕의 강조, 국가와 천황의 중시, 자위대의 긍정, 자국의 위협론에 기초한 침략전쟁의 미화와 식민지배의 합리화 등에 그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역사인식에 입각해 한일관계나 한국관련 서술은 임나일본부(고대), 왜구(중세), 임진왜란과 조선통신사(근세), 일본군위안부, 식민지지배 문제 등(근대)으로 대표되는 사항에 있어서 여전히 문제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4. 고대사서술상의 특징은 일본인·일본사회·일본문화·천황제국가 일본의 전통성·유구성·신성성·우수성·주체성을 강조하고 애국심과 도덕심과 자부심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서 신화와 전승의 역사화, 성덕태자상의 창출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이며, 동시에 이웃나라에 대한 인식은 중국에 대해서는 대등의식을, 한반도에 대해서는 우월의식을 심어주는 서술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러한 내용은 교육기본법이 제시한 또 다른 교육목표인 [이웃나라에 대한 존중]이나 [세계평화와 발전]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역사서술이며 역사교육이라 할 수 있다.
5. 결국, 일본우익세력의 역사관을 대변하는 새역모계 교과서의 고대사 서술에 나타난 역사관은 여전히 종래의 일본고대사학계의 통설적 입장인 일본서기 사관(조공·헌상·하사·할양), 자국중심사관(대등론과 우위론), 천황중심사관(귀화인·번국관), 견당사중심사관(중국중시·한반도무시)에 머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6. 새역모계 교과서 채택률의 급격한 증가와 교과서채택문제를 둘러싸고 야기된 오키나와에서의 지역간 대립과 갈등 사례에 나타나 있는 것처럼, 현재 일본의 역사인식은 국가주의와 세계주의의 대립, 애국자(양성)와 세계시민(양성)의 대립, 전통과 문화·애국심과 애향심을 추구하느냐 이웃나라에 대한 존경·세계평화와 발전을 중시하느냐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